너무 솔직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대학교 시절, 연애 경험 없는 친구가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인물은 좋은 친구였는데 사교성이 부족하다보니 이성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방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연락은 계속 주고받았고, 상대방은 이 친구에게 호감이 있는 눈치였다.


어느 날 이 친구가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나에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겠지?"

"응. 마음에도 없는데 계속 만나는건 아닌 것 같아"

"네 얼굴이 별로라서 안 만나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될까?"


나는 극구 뜯어말렸다. 그건 솔직함을 가장한 폭력이라고,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솔직한게 문제되는 사례


그 친구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부디 외모가 싫어서 그만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화이트 라이(White Lie)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해서 하는 선한 의도의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화이트 라이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게는 유난히 민감하게 느끼는 주제들이 있다. 어떤 것은 역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걸 건드리면 갈등이 생기고 상대방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줄 수 있는 말들은 무엇이 있을까?



- 넌 외모가 솔직히 별로야

- 너희 집 가난하지?

- 넌 학벌이 솔직히 부족하지

- 자식농사 잘못 지었네

- 부모가 그러니 너도 그런거 아니야?

- 네가 그러니까 일 못한다는 소리 듣는거야

- 그러니 네가 친구가 하나도 없지



딱 들어도 벌써 속에서 불이 끓어오르지 않는가? 이런 소리 듣고도 화가 안 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존심을 후벼파는 수준을 넘어서 영혼에 기스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솔직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가 되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게 누구일까? 바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이다.


그는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그린란드가 북극항로의 기착지가 되고 희토류가 많이 매장된 것을 알고는 그린란드를 독립시켜 미국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한다. 캐나다를 향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한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소유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트럼프의 이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자기 욕심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솔직한 표현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여과 없이 다 뱉어낸다.



- 충고한다고 자기 철학을 다 동원해가며 다른 사람들 다 있는데서 떠드는 사람

- 기분 나쁜 일 있으면 툴툴거리면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

-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사람

- 회의 시간에 자기가 옳다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



그러면서 본인은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화내도 뒤끝 없다고 걱정 말라는 소리는 덤으로 갖다 붙이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말하는 사람치고 정말로 뒤끝 없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직설적으로 뱉어내는 말을 불편해하면, 팀이 소통이 부족해서 내가 오해를 받는다고 팀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너무 솔직한 사람과는 같이 지내기 정말 쉽지 않다.




너무 솔직한 사람 대처 방법


친구관계라면 인연을 끊고 지낼 수 있겠지만, 직장에서 어디 그게 가능한가. 윗 사람이 너무 솔직하다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내가 그 사람을 바꿀 수도 없다. 다만 너무 솔직한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 드리고자 한다.



○ 한 번은 끊고 가자

용기를 내자. 한 번은 꼭 끊어야 한다. 내가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상대방이 조심하는 척이라도 한다.

내 몸에서 땀 냄새가 난다고 늘 얼굴을 찡그리고 면박 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렇게 말해보자.


"저도 땀 냄새 나지 않도록 주의할께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저를 지적하는 것은 솔직히 불편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 메시지(I-Massage)로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으로 인해 불편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내 솔직함으로 인해 상처 주지 않는 방법


반대로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있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것을 명심하자



1. 가식적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솔직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가식 떤다고 싫어한다. 그러나 가식은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행동이다.


상대방이 최근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힘든 상태이다. 이 상대방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막 혼내는 것은 필요한 행동일 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식이 필요함을 명심하자.




2. 때로는 침묵하자


어느 식당에 갔는데 음식 맛이 정말 별로였다. 그렇다면 별점 테러를 해가면서 악평을 다는게 솔직한 것이고 가식 없는 행동인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다 드러내려 하기 보다 때로는 침묵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만약에 내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다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지 말고 단 둘이 있을 때 표현하자. 그 방법은 이 글을 참고하면 좋다.




3. 주변 사람들을 이해해보자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다. 교육팀에서 일하는 나의 경우 외부교육기관 교육신청이 들어오면 승인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가끔은 하나에 100만원씩 하는 교육을 들고와서 듣고 싶다고 승인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 예산이라는게 한정되어 있기에 이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려된다.


그러면 네 돈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구냐, 회사가 자기계발에 투자를 안하니 3등 통신회사를 못 벗어나지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비싼 돈을 줄 수 없는지 입장을 바꿔보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인들 지원하기 싫어서 안하겠는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보고 말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마무리하며


미국의 소설가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는 너무 솔직해서 문제인 사람이 등장한다. 절대 거짓말하면 안된다는 철칙하에서 사는 그는 과거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애인에게 말했다가 파혼당하고 직장동료가 회사물건을 집에 가져간다고 고발해서 회사에서 왕따가 되고 만다.


그랬던 그가 딱 한 번 사실을 말하지 않고 침묵한 적이 있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으로 변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알아가게 되었다.


솔직한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그 장점이 과하면 불편함을 끼치게 된다.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주변 사람들이 가식적이라고 불평하지 말고 때로는 침묵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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