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글로벌 클라우드 운영사들은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벤치마킹하라는 업무가 주어졌다. SAP, AWS 등 선진사들을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 때 동료 직원이 다가와서 예전에 비슷한 벤치마킹을 했던 자료가 있는데 참고하면 좋을 거라고 그 자료를 요약해서 나에게 주었다. 바쁠텐데도 직접 정리해서 건네준 그 동료가 고마웠다.
그러나 내가 작성하는 보고서 방향과 맞지 않아 그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된 동료는 서운함을 토로했다.
"내가 시간 내서 자료 정리한건데 보고서에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더라?
그럴거면 처음부터 필요 없다고 이야기를 하지. 나 헛수고 한 거잖아"
미안한 마음에 나는 몸둘 바를 몰라했다.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에는 그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도움이 필요 없어진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 때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걸 사실대로 말하고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할지, 말지 갈등이 생기게 된다.
초반이라면 그냥 필요 없게 되었다고 쉽게 말 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상황이 변한 경우이다. 그 사람은 이미 자료를 많이 만들었을텐데 이제 와서 도움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참 힘들다.
이 때 그냥 말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상대방은 낑낑대며 만든 자료를 나에게 준다. 나는 웃으면서 (속마음은 아니지만) 고맙다고 말하고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 바른 소리를 한다. 그러나 속마음은 이럴 수 밖에 없다.
"고맙지만, 이 자료를 쓸 수는 없어. 미안해"
결국 상대방의 도움은 내 업무에 아무 기여도 하지 못한 셈이다.
궁금해서 문의했는데, 상대방이 답을 말하기 전에 다른 방법으로 궁금증을 해소한 경우가 있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해 노무 담당자에게 물어봤는데 답변을 보내주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경우 노무 담당자 답변은 필요 없게 된다.
윗선의 지시로 업무가 중단 또는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업무 방향이 확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상대방에게 요청한 도움은 의미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회사 전체 팀장 이상 리더를 대상으로 워크샵을 기획하려고 전임자에게 인수인계 자료를 요청했는데, 올해는 신임 팀장 대상으로만 하기로 바뀐 경우 그 인수인계 자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서 받은 자료가 부실해서 도저히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내가 원하던 자료가 아닌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아쉽지만 상대방 자료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있을 수 없다.
다른 방법을 통해 궁금증이 해소되었거나 그 사이에 상황이 바뀌는 바람에 상대방 도움이 필요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자.
입 싹 닫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는 것은 고생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내가 만든 자료에 상대방이 준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그냥 필요없게 되었다고만 말하지 말자. 지금 당장은 활용하기 어렵지만 다른 보고서를 쓰거나 다른 업무를 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감사표시를 하자.
설령 상대방이 준 자료가 부실하거나 핀트가 안 맞는 자료라고 해도 고맙다는 표시를 꼭 하자. 어쨌든 나를 위해서 호의를 베푼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회사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역사를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강사를 초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교육업체 대표님께 좋은 강사님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고 강사님 한 분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게 왠걸? 위에서 외부강의는 하지 않는 것으로 갑자기 바꾸었다. 이미 강사님과 다 합의했는데 그럼 나는 뭐가 되는거지? 싶었다. 더 난처한 것은 교육업체 대표님이었다. 친분 때문에 도움을 주셨는데 중간에서 난처해진 것이다. 내가 사과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하게 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많이 생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장기적이기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로 틀어져서는 안된다. 반대로 내가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자.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