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탐험 대결 (1부)

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자신감 있는 사람은 멋져 보인다. 실제로 자신감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나가게 된다. 그만킁 자신감은 강력한 무기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치면 때로는 독이 된다. 누가 남극점을 세계 최초로 정복하는지를 두고 벌였던 두 탐험가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한 명은 왜 성공했고, 한 명은 왜 실패했는지 알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누가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할 것인가?


1911년, 세계는 두 탐험가의 대결 소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당시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었던 남극점을 누가 세계 최초로 정복하는지를 두고 두 사람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이름은 영국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노르웨이로알드 아문센(Roald Amundsen)이었다.


노르웨이의 아문센(왼쪽), 영국의 스콧(오른쪽)


당시 누가 봐도 유리한 쪽은 스콧이었다. 당시 해가 지지 않는 국가였던 대영제국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문센은 당시에는 어업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국가인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콧의 우세를 점쳤다.


실제로도 스콧은 스노모빌과 같은 당대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다. 그리고 값이 비싼 시베리아산 조랑말도 다수 동원했다. 반면 아문센은 이누이트들이 사용하는 개썰매에 의존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남극점을 향해 출발했다. 이 경쟁은 드라마틱하게 끝났다. 한 쪽은 세계 최초 남극점 정복이라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다른 한 쪽은 돌아오지 못하고 남극에서 탐험대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에 처해지게 되었다. 과연 두 탐사대의 운명을 갈랐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둘의 준비는 어떻게 달랐는가?


스콧은 세계 최강 영국의 힘을 보이고 싶었다. 당시 그를 후원하던 영국정부 및 사업가들도 지원 조건으로 영국의 힘을 보여줘야 함을 강조하였다. 당대 최강 영국의 항해술과 첨단 장비들은 스콧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문센은 이누이트의 방식을 따왔다. 혹한의 환경에서 사는 그들의 방법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개썰매를 활용했고 식단도 이누이트들의 음식을 그대로 따왔다. 영국에서는 이를 미개한 방법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아문센은 알고 있었다. 이누이트와 오랜 시간 같이 살면서 그들의 생활 방식이 결코 미개한 것이 아니라 최적의 방법임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난관에 봉착한 스콧


마침내 둘은 1911년경 탐험을 시작하였다. 남극에서 가장 따뜻한 시기인 10월에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스콧의 전락은 일단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스노우모빌이 말썽이었다. 덜덜거리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니 출발 5일째에는 아예 완전히 고장나고 말았다. 스노우모빌이 끌던 무거운 짐들은 이제 오롯이 시베리아 조랑말들의 몫이 되었다.


조랑말들은 어마어마하게 사료를 먹어치웠다. 그 사료를 운반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스노우모빌이 운반했어야 할 텐트, 장작, 연료 등 무거운 짐들을 말들이 대신 싣고 다니다 보니 말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출발 한 달 만에 데리고 온 조랑말 19마리는 모두 죽고 말았다. 이제부터 모든 짐은 다섯 명의 스콧 탐험대가 직접 끌고 다녀야만 했다.


이로 인해 이동속도는 엄청나게 느려지게 되었다. 아문센이 하루 평균 32km를 이동한 반면, 스콧은 그 절반인 16km도 이동하지 못했다.


최단 루트를 고집한 것도 스콧의 큰 패착이었다. 경로 중간에 위치한 비어드무어 빙하는 고도가 높았다. 오르막을 타는 과정에서 그들은 수시로 넘어졌다. 이 때 기름통은 찌그러지면서 기름이 새어 나갔고 수많은 통조림은 안이 꽁꽁 얼어 버렸다. 얼어붙은 바다 위에는 텐트를 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육로만 고집한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선택한 고원 지대는 체력 소모를 빠르게 했다.


스콧은 중간중간마다 저장 창고를 만들었다. 그 생각은 좋았지만 문제는 표시를 제대로 해놓지 않는 바람에 어디에다가 만들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방한을 소홀히 하여 저장 창고의 물자가 파손되거나 동파되는 일이 잦았다.




아문센의 빠른 전진 비결


반면에 아문센은 빠른 속도로 남극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문센은 이누이트들과 오랜 기간 같이 생활하면서 사냥하는 방법, 자연 환경을 이용해서 불을 지피고 요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탐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짐을 최소화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열량이 높고 휴대하기 좋은 음식 위주로 챙겼다. 베이컨, 비스켓 위주로 가져갔고, 통조림이나 과일은 최소화했다. 고기가 필요할 때는 직접 바다표범이나 펭귄을 사냥해서 자체 조달했다. 나중에는 썰매를 끄는 개 중 지친 개는 죽여 고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짐을 최소화하면서 자체 조달하는 방식은 높은 효율로 이어졌다.


개들은 한 마리 당 끌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적었으나, 추위에 강했다. 그래서 별도의 연료로 보온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는 연료를 아끼는데 큰 기여를 했다. 연료통을 꽁꽁 감싸서 파손되는 것을 막기도 하였다. 연료를 잃지 않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과감하게 얼어붙은 바다 위를 횡단한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남극의 경우 바다 얼음이 두꺼워 육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그 위를 횡단한 것이다.




아문센의 승리, 스콧의 패배


온갖 고생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스콧 일행은 남극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뿔사! 그곳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스콧은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하는데 그만 실패한 것이다. 아문센은 스콧보다 무려 34일이나 먼저 남극점에 도달하였다. 남극점에 도착했지만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우두커니 말 없이 서있기만 했다.

거기에는 아문센이 남기고 간 편지가 있었다.


"당신은 우리 다음으로 남극점을 정복한 사람들입니다. 이 텐트 안에는 쓸모 있는 물건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자존심이 상한 스콧은 장갑 한 켤레만 가져갔을 뿐, 통조림 등 식량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그 무렵, 짧았던 남극의 여름은 끝나고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남극점에 도착한 스콧과 노르웨이 깃발


남극점 최초 정복에 실패한 스콧, 그는 과연 무사히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다음 2부에서는 스콧의 남은 스토리와 함께 왜 그가 성공하지 못했는지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이전 11화무시당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