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지난 두 개의 글에서 아문센과 스콧 탐험대 중 누가 먼저 남극점에 도착하였는지 소개해 드렸습니다. 아울러 스콧 탐험대가 왜 실패했는지 아래 5개를 기초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1.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
2.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3.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
4. 계획은 단순하고 쉽게 세우자
5. 포기할 때는 포기하자
스콧은 자신만만했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이 가진 항해술과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노우모빌은 무거운 짐을 쉽고 빠르게 옮길 수 있는 스콧 탐험대의 비밀무기였다.
지질학이나 천문학에 능한 탐험대원들은 남극점으로 가는 최단 길목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었다. 통조림이나 가공음식 등 첨단 식품들은 식량부족 없이 원활한 탐험을 가능하게 만들것이라고 확신하게 하였다.
스콧은 대영제국의 명예, 첨단 기술 이 두 개에 꽂혀 있었다. 아문센이 스콧의 장비를 보고 가죽으로 된 방한복이 꼭 필요하고 시베리아산 조랑말은 탐험에 부적합하다고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코웃음을 쳤다.
"첨단기술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미개한 인간이 감히 누구에게 조언을 해"
그는 이누이트들의 생활 방식은 미개인의 풍습이라고 배척했다. 첨단 장비만을 고집했다. 철저하게 이누이트들의 방식을 차용했던 아문센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스노우모빌은 탐험 5일 만에 고장나고 말았고, 시베리아산 조랑말은 19마리 모두 탐험 도중에 죽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5명이 직접 무거운 짐을 끌고 다녀야만 했다.
방한복도 큰 문제였다. 스콧은 버버리사에서 만든 두터운 트렌치 코트를 고집하였다. 가죽으로 된 털 방한복은 낙후된 이누이트들의 풍습이라며, 대영제국의 탐험대는 그런 옷을 입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결국 스콧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이었다. 참고하면 좋은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삶의 지혜를 깡그리 다 무시했다. 오직 영국이라는 국가의 체면과 첨단 기술만을 신봉했다. 이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내 성공 공식에 취해 주변의 조언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건 내가 전문가야! 내가 제일 잘 알아! 이 생각에 자기 방식만 고집할 때가 있다. 이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항상 더 좋은 방법,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스콧의 계획에는 허술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 계획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플랜B가 부재했다.
스콧은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수많은 통조림과 가공식품들..이것들은 절대 상하지 않는 음식들이었다. 그러나 그건 정상적으로 보관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직접 모든 짐을 끌고 다니면서 그들은 수시로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쏟아진 통조림, 식품들은 터지고 상처나기 일쑤였다. 식품들이 손상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대응 방안이 없었다.
스콧은 20~30km 단위마다 저장 창고를 만들었다. 짐을 줄이고 필요할 때 식량을 찾아서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창고 표시를 제대로 해두지 않은 것이었다. 창고 건물 위에 깃발로 표시해 두었지만 눈보라가 휘몰아치자 깃발은 날라가버렸고 창고는 눈에 덮여 버렸다. 그들은 지도를 보며 인근 지역을 일일이 삽으로 눈을 떠가며 창고를 찾아야만 했다.
방한복 문제도 준비부족이 드러나는 사례이다. 털로 만든 옷이 미개하다 아니다는 둘째로 치더라도 방한복이 손상되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옷이 충분히 준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이 역시 미흡했다. 남극은 영하 89도까지 내려가는 극도로 추운 곳이다. 수분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방한복은 그 가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여분의 방한복 역시 수분 차단이 잘 되지 않았고 이는 동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애초에 스콧은 탐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북극 탐험 경험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군인 출신으로서 탐험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는 부족한 편이었다.
당시에는 제 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조금씩 드리워질 무렵이었다. 전쟁 가능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투자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서두르게 되었다.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대원들 선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원들 대다수는 군인 출신이었다. 전투 경험은 많아도 극지방에서 생존과 사투를 벌여 본 경험은 부족하였다.
실제로 스콧은 남극점이 어디인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애를 먹었다. 스콧 외 다른 대원들은 방위를 재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아문센의 노르웨이 깃발을 보고 여기가 남극점인가보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문센의 탐험 계획은 단순했다. 5명이 한꺼번에 같이 이동했다. 그리고 중간에 저장 창고를 세우고 계속 전진하면 됐다. 이게 다였다.
그러나 스콧의 계획은 달랐다. 보급품 담당이 먼저 스노우 모빌과 조랑말을 타고 이동하여 저장 창고를 세워야 했다. 이 중 일부는 남극 과학 탐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은 직접 이동하며 저장 창고까지 갔다. 그리고 다음에는 조를 바꿔서 다른 보급품 담당들이 먼저 출발하게 했다.
자꾸 바뀌는 조와 복잡한 업무 지시 때문에 이들은 자주 혼선을 일으켰다. 스노우 모빌 고장 후에는 보급품 조가 늦어지게 되면서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게 되었다.
스콧은 이 정도로 계획이 다 어그러졌다면 손을 털고 중간에 돌아왔어야 했다. 이미 몇 년 전에 같은 영국의 탐험가였던 어니스트 새클턴은 그렇게 돌아오면서 모든 대원들을 모두 생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스콧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계속 전진하면 내가 세계 최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야망이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안 될 때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용기이다.
아문센과 스콧은 당대의 위대한 탐험가였다. 영하 89.2도까지 떨어지는 남극 대륙은 지금 시대에도 탐험하기 어려운 오지 중의 오지이다. 100년도 더 된 예전에는 말 할 것도 없었다.
이 때 이들의 운명을 갈랐던 것은 위의 5개 요인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경험 그리고 겸손함이다. 계획은 단순하고 실천하기 쉽게 기획되어야 한다. 사람은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비상계획 즉,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도저히 안 된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노력했는데도 안 될 때는 포기해야 한다. 고시에서도 손절 타이밍 놓치면 장수생 되듯이, 회사에서의 업무도 그렇다.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정복 대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1984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