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황금연휴에 2박 3일 일정으로 전주 여행을 다녀왔다. 이 때 말도 안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마터면 아예 여행을 못 갈뻔한 것이다.
광명에서 전주 가는 KTX 표를 한 달 전에 예매하고 의기양양하게 와이프한테 큰 소리쳤다.
"한 달 전에 딱 알람까지 맞춰서 기차표 예매하는 사람 찾기 쉽지 않을걸?"
그랬던 내가 그 기차표를 여행 사흘 전에 실수로 취소해버린 것이다. 기차표 시간이 너무 빨랐기에 바로 뒤 열차로 변경하기 위해 시간 변경을 클릭하였다. 저녁을 먹으며 클릭을 하다보니 클릭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뿔사! 열차표 취소 버튼을 클릭하고 말았다. 실수한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망한 것이다. 다시 예매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매진'으로 뜨고 있었다.
"이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니... 내 부하직원이었으면 오빠 가만 안뒀다."
와이프가 혀를 끌끌차며 차 갖고 가면 막힐텐데 어떻게 할거냐고 마구 타박했다. 결국 전주여행은 차로 이동하게 되었고, 교통 체증 속에 3시간이 걸려서야 녹초가 된 상태로 간신히 전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운전하는 내내 와이프와 아이들의 온갖 구박과 핍박을 받아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은 클릭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예전 회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뒷줄에 앉은 채용 담당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생각지도 않은 답이 돌아왔다.
합격 통지 메일을 불합격자들에게 잘못 보낸 것 같아요!
나 역시 머리가 띵한 느낌이었다. 종종 합격, 불합격 통지를 잘못 보내서 불합격자들이 항의하고 회사가 뒤집어지는 사건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고는 한다.
그게 내 눈 앞에서 벌어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보통 수신자를 대량으로 집어넣고 한 번에 단체 메일로 보내게 되는데, 이 친구가 그 때 합격자 이메일 주소와 불합격자 이메일 주소를 반대로 입력한 것이다.
문제를 빨리 눈치챘기에 다행히 빨리 이메일을 취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지원자들은 이미 이메일을 읽은 상태였고, 다시 사과 메시지와 함께 합격/불합격을 바꾼 이메일을 보내야만 했다. 이미 이메일을 열어 본 지원자들은 동네 구멍가게도 이 따위로 일 안한다고 저주를 퍼부어댔다.
당연히 상무, 팀장은 노발대발이었다. 그 날 이 직원은 엄청나게 술을 마셨다 보다. 다음 날 술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풀이 죽어 출근한 그 직원을 볼 수 있었다. 뭐라고 위로할 수도 없었다.
임직원 대상으로 통신 기술 및 상품을 교육하는 포털을 회사 사이트에 만들었다. 이걸 디자인하려고 포털 이것 저것을 클릭하고 있었다. 일이 많다보니 퇴근한 이후 집에서 포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아이는 딸기가 먹고 싶다고 조르고 있었다.
"알았어! 아빠 이것만 하고 같이 마트에 딸기 사러 가자"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를 들으며 이것 저것 클릭하던 나는 그만 실수로 '삭제'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아뿔사!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 공지해야 하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채널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다시 되돌려 보려고 했지만 이미 하수구 속으로 들어간 반지 마냥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밤 8시가 넘은 시간에 시스템 담당자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진짜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교육포털 채널을 지웠는데 복원이 가능할까요?"
확인해보니 이미 삭제한 것은 로그 기록이 자동으로 지워지기 때문에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평생 울어본 적이 거의 없는 내가 그 날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와이프와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 날 밤을 꼬박 새서 다시 채널을 만들고 수많은 교육 컨텐츠들을 일일이 다 찾아 채널에 넣고 임직원들까지 싹 다 등록하였다. 디자인 작업까지 전부 다 해야 했던건 덤이다.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그 날 밤에 난리 부르스를 춘 것을 회사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몇 년 전, 국내 모 대형 증권사에서 미국 달러화 선물을 구매하면서 직원이 주문창에 0.80을 입력한다는 것을 실수로 80으로 입력한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이 클릭 버튼을 누른 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충격과 공포의 사태가 밀어닥치게 되었다.
회사 돈이 미친듯이 미국 증시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무려 120억원이 미국 증시로 들어갔다. 100배나 큰 금액을 입력했으니 회사 기둥 뽑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불행하게도 선물 가격은 하락하였고, 그 돈은 허망하게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중에 증권사 사장이 무릎꿇고 빌고 또 빌어서 간신히 그 돈을 회수했다는 도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만일 그 때 주문을 담당하는 직원이 신중했다면 사장이 무릎 꿇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처럼 클릭 한 번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는 일은 예상 외로 자주 벌어진다.
클릭은 손가락 하나만 1cm만 까닥하면 이루어진다. 그 1cm 때문에 120억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나처럼 여행 내내 온갖 핍박과 수모를 당하기도, 가족들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한다.
단순한 클릭이라도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나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일, 취소, 선택하는 일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각 잡고 신중하게 하자. 마치 핵 미사일 버튼 다루듯이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실수를 한 뒤에는 그걸 수습하는데는 최소 5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나마도 내 선에서 나 하나 갈아 넣어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일이 커지면 주변 사람들까지 다 갈아 넣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의 집중력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들은 절대! 절대! 멀티 태스킹은 금물이다. 직장 일 뿐 아니라 집안일도 마찬가지이다. 청소기를 돌릴 때는 청소기만,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만 하자. 내 주의를 분산시키는 다른 일을 같이 하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