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군대 시절의 일이다. 나보다 한 달 늦게 입대한 후임이 있었다.

신병이면 눈치껏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할 때 같이 거들법도 한데 이 친구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뒤늦게 거들뿐이었다.


선임들은 그런 그 후임이 못마땅했다. 청소는 물론이고 제설작업이나 설거지 등등 모든 일에서 그 친구는 우왕좌왕 하기만 했다. 먼저 하는 일없이 직접 하나씩 알려줘야 비로소 이해하고 움직일 따름이었다.

나도 그때는 그 후임이 그저 개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직장 생활을 해보니 그 후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 안하고 있었을까?


그 후임이 혼자 뒤에서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은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일까? 내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던 것일까?


사람을 평가할 때는 KSA가 판단지표가 된다. K(Knowledge, 지식), S(Skill, 기술), A(Attitude, 태도)는 그 사람이 현재 어느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지식이나 스킬을 본인의 학습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쌓아갈 수 있다. 즉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단 하나를 가르치면 금방 두 개, 세 개를 응용하는 사람과, 하나씩 일일이 다 가르쳐야 이해하는 사람 이 개인차는 존재한다.


반면에 태도가 문제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절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를 지적해도 "상관하지 마세요", "너나 잘하세요" 이 모습일 뿐 요지부동이다. 결국 바뀌기 힘든 부류인 것이다.


이 사람이 진짜 몰라서 안하는 것인지, 태도에 문제가 있어 안하는 것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지만, 후자라면 개선이 어렵다.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을수도 있다.




태도가 나쁜 사람에 대처하는 방법


그러나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레 이 사람은 싹수가 노랗다고 판단하지 말자. 본인도 잘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다보니 냉소적으로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딥스' 라는 유명한 심리치료 도서가 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딥스라는 어린이가 점차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쓴 책이다.


딥스는 초기에는 심리치료에 비협조적이다. 상담사의 말에도 늘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다. 좀처럼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고 하지 않았다. 상담사는 딥스의 아버지에 주목하였다. 늘 아들을 부끄러워하고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딥스가 그 무엇을 해도 얼굴을 찡그리고 화부터 내고는 했다.


딥스의 태도가 불량한 것은 상당 부분 아버지의 책임이 컸다. 아버지의 질책을 자주 듣다보니 나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것이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먼저 두 겹, 세 겹의 방어막을 세워놓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태도가 불량하다고 해서 무조건 이 사람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이 뭘해도 잘 안되게 하는 요인이 없는지 알아보고 장애물을 없앤다면 사람의 태도는 의외로 쉽게 바뀔 수도 있다.




지식이나 스킬이 없어서 못하는 사람


진짜 뭘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평생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호미 하나 던져주고 밭 매고 오라고 등 떠밀면 이 사람이 알아서 밭을 척척 맬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오히려 사고치고 올 것이다. 잡초 제거한답시고 콩잎을 다 딸 수도 있고, 밭고랑만 망쳐놓기 십상일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행사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물 챙겨서 대강당 세팅하라고 하면 알아서 척척 잘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쭈뼛쭈뼛 뭘 할지 몰라 눈치만 보는 사람이 있다.


이래서 매뉴얼이 중요하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대일로 끼고 가르치는게 효과적이다. 몰라서 못하고 있다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군대 시절에 내가 그 후임에게 하나씩 다 가르쳐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식판은 어떻게 닦는지, 청소할 때는 뭐부터 해야 하는지, 캔을 쉽게 찌그러 뜨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줬다면 그 후임이 적응하기 훨신 쉬웠을텐데..미안한 생각이 든다.


집안일을 거들어 본 경험이 적거나 밖에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으면 군대에서 갑자기 맞딱뜨리는 상황에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교 때까지 부모님 지원 속에서 공부에만 전념했던 사람들은 직장에서의 그 사내 정치나 실적 압박에 당황하게 된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알려줘야 한다.





마무리하며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 고쳐서 쓰는거 아니다" 등등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은 변한다. 분명히 변할 수 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식이나 스킬이 부족하다면 알려줄 수 있고,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 얘는 안된다고 지레 판단하지 말고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마음 속 응어리만 풀어지면 사람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신경써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 하나 구한다고 생각하자. 내가 길을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을 것이다. 귀인이 되는 셈이다.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여유! 꼭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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