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에게 대처하
차 대리가 나르시시스트 이 팀장을 만난지도 어느 새 1년이 지났다. 이미 몸과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이다. 핵을 맞은 도시 마냥, 차대리는 이미 폐허가 되고 말았다.
팀원들은 딱 둘로 갈라져 있다. 차 대리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람, 이 팀장과 한 몸이 되어 차 대리를 같이 괴롭히고 무시하는 사람..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차 대리를 위로하는 팀원들은 모두 이 팀장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괴롭힘 당한 사람들이다. 이 팀장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팀을 옮기거나 아예 퇴사한 팀원도 일 년 새 두 명이나 있다.
차 대리도 그럴까 고민했다. 사실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를 받아줄 다른 팀도 알아봤고, 이직도 알아봤다. 그러나 이 팀장은 마당발이다. 회식 자리 때마다 차 대리가 얼마나 무능한 직원인지 잔뜩 떠벌리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팀에서 차 대리를 선뜻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이 팀장의 촉수가 회사 전체에 퍼져있는 것이었다.
이직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들어온 대기업인데... 그 생각이 선뜻 떠나는 것을 가로막았다. 워낙 불경기라 채용 수요도 적고, 아직 직장 4년차인 차 대리의 경력은 아직 이직하기에는 부족하기만 했다.
제일 큰 것은 차 대리는 이미 자신감을 잃은지 오래였다. 벼룩이 오랫동안 통 안에 갖혀 있으면 통이 없어서도 통 높이 이상을 뛰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이 팀장은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했다. 이미 이 팀장에게 종속당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지 오래되었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믿듯이, 차 대리 역시 조금씩 그렇게 세뇌되고 있었다. 밝고 긍정적이며 총명했던 차 대리는 이미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이다.
이들은 단순히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괴롭히는 와중에도 나를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내가 너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너를 아끼기에 너 같은 놈도 내치지 않고 품는 것이라고 가스라이팅을 한다. 이게 바로 무서운 점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이비 종교가 존재한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됨에도 사이비 종교를 문제 삼는 이유는,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신도들을 착취하고 세뇌시켜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가정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짐 존스라는 사람은 많은 범죄로 인해 미국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짐 존스는 '인민 사원'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신도들이 직장도 다니지 못하게 한 뒤 공동생활을 하도록 했다. 1970년 마침내 짐 존스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천 명이 넘는 신도들과 함께 가이아나라고 하는, 남아메리카 아마존 정글 속 오지 국가로 도망갔다.
그러나 미국 CIA의 추적은 계속되었고, 결국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모든 신도들에게 지금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선동한다. 혼자 죽기 억울했던 것이다. 신도들은 자기 자녀들에게 먼저 독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하고, 그 뒤에는 자기들이 마셨다. 미국 CIA 요원들이 인민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천 명이 넘는 시체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나르시시스트 상사가 피해자를 파괴하는 모습도 짐 존스의 수법과 비슷하다.
먼저 나를 따르면 네가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게 한다. 많은 경우에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좋지 않은 인사평가 속에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회사에서 입지는 좁아져만 가는 사람인 것이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은 쉽게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쓸모가 많기에 자기 성과를 위해 데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표는 나르시스트 때문에 직장에서 망가지는 프로세스이다.
이렇게 나는 목에 묶여 있는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올가미는 내 목을 점점 더 강하게 죄어오는 것이다.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주변에서는 피해자에게 충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큰일난다고 생각한다. 이미 나는 열등한 사람,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만큼 강하게 세뇌당한 것이다. 어떤 경우는 나르시시스트 상사를 두둔하기도 한다.
이 정도까지 되면 심각한 수준이다. 자기 힘으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만일 그런런 상사를 만나지 않았다면? 직장에서 비록 좋은 인사평가는 받지 못하고 인간관계에 다소 어려움은 있더라도 큰 불편함 없이 회사생활을 잘 하고 있었을 것이다.
회사라는 곳은 축구와도 같다. 골을 넣어주는 스타 플레이어도 필요하고, 든든하게 중앙에서 통곡의 벽이 되어 줄 핵심 수비수인 센터백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 없이 뛰어다니며 공간을 열어주는 선수도 필요하다. 직장에는 이런 운영 업무를 처리해주는 직원도 필요하다. 아마 피해자는 이런 운영 업무를 담당하며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악한 사람들은 이런 기회조차 모두 뻇어간다. 사람 하나를 바보로 만들어버려 그 팀에서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아간다. 그렇게 한 사람은 영혼까지 피폐해져만 간다.
절대로 아니다. 이들은 절대 피해자가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영원히 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착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끊임 없이 자기 지배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내 밑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 주지 않으려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에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를 착취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식민지가 잘 사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 잘 살게 되는 순간 이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자기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 통치하기 어려워진다. 문맹률도 높고 가난한 상태로 남아 있어야 제국주의 열강의 선전 선동이 먹히기 때문에 착취만 할 뿐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
이들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해자가 결코 일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혹시 피해자가 일을 맡아서 성과를 내면 갑자기 일을 가로챈다. 이 업무는 그만하기로 했다거나,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혹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핑계를 대며 그 일을 뻇어가거나 평가절하한다. 그렇게 피해자는 이들의 손아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점점 더 구렁텅이 속으로 밀려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회사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빨리 탈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