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퇴근 시간이 되었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려고 하는데 뒤에서 팀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OOO씨 책상 서랍장 열려있는것 같은데? 확인해봐!
OOO씨는 내 옆자리 동료였다. 사무실 보안에 특히 민감한 팀장은 이 문제를 결코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이 나쁜 소식을 OOO씨에게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결국 나는 알리지 않았다. 즐거운 퇴근 시간을 망쳐서 무슨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 좋은 일만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게 현실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 소식을 전달해줘야 하기도 한다.
정말 나 아니면 알릴 사람이 없거나 윗 사람이 나를 콕 찝어서 나보고 알리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내가 나서서 총대를 매지 말자.
60,70년대 베트남전이 한창일때 하루가 멀다하고 전사자 소식이 날아들었다. 마을에 군용 지프차가 신작로에 들어오는것만 봐도 그 마을에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전사자 소식을 전하는 군인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때로는 그 가족들에게 멱살 잡히는 상황을 직접 겪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분노의 화살은 그 소식을 전하는 군인에게 향할 수 밖에 없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장면 중 하나가 병원에서 수술 중에 환자가 죽었을 때 환자 유가족들이 의사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해 치료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건데 의사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나쁜 소식 전해서 괜히 내가 욕받이가 되지 말자. 사람은 분노에 휩싸여 있으면 그 화를 풀 희생양을 찾게 되고 그게 나쁜 소식을 전한 메신저가 되기 쉽상이다.
고대시대에 나쁜 소식을 들고 이웃나라로 가는 사신은 죽기 쉽상이었다. 나쁜 소식을 들은 이웃나라 왕은 그 분노를 사신에게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영악해보이고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만 휙 알려주게 되면, 상황을 잘 모르는 당사자는 계속 왜 그런 것인지 물어보게 된다. 여기서 "나도 잘 몰라요"를 남발하는 순간 나도 같이 욕을 먹게 된다.
전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서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나도 이 소식을 전하게 되서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도록 한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그 사람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힘을 얻게 된다.
눈치 없는 사람들은 타이밍을 참 못 맞춘다. 상대방이 팀장에게 혼나고 힘들어 할 때,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을 때 일부러 그런것처럼 그 때 나쁜 소식을 전달한다.
상대방이 여유가 있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말하자. 인생은 타이밍이다.
사람들은 흔히 메시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메신저를 비판하게 된다고 한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가리키면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손가락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눈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내가 알리지 않아도 되는걸 말해서 욕 먹기도 하고, 타이밍을 잘못 골라서 필요 이상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앞서 말한 세가지를 지켜서 나쁜 소식 말할 때 조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