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기다릴 줄 알자

일못러에서 탈출하기

by 보이저

팀장님이 급히 나를 찾는다. 전무님께서 부문 간담회를 열기로 하셨다고 급하게 회사 안에 5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라는 지시였다. 당장 2주 앞인데 이걸 어떻게 찾아... 찾아보니 회사 안에 50명 이상인 공간은 딱 3곳 밖에 없다. 그런데 아뿔사... 이미 다 예약이 차 있는 상태였다.


급한 마음에 먼저 예약한 세 곳 부서에 전화를 돌린다. 두 곳은 절대 안된다고 하고, 한 곳은 아직 미확정인데 다음주 쯤 결론이 날 것 같다고 한다.

일단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팀장은 계속 물어본다. "행사장은 확보됐어? 어떻게 됐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갑자기 이렇게 말해놓으면 나보고 뭐 어쪄라는거야...'


그 부서에 전화하고 또 전화하고 읍소한다. "아직 확정 안되셨나요?" "혹시 어떻게 되었나요?" 참다 못한 상대방은 마침내 화를 낸다.



"다음주에 확정된다고 몇 번이나 말헀잖아요!
왜 자꾸 보채세요?
본인 급한 것만 생각하시고, 저희 팀 사정은 생각도 안해주시네요!"





기다림의 미학


장을 담그는 것은 '기다림의 미학'에 비유되곤 한다. 한 번 장을 담그면 60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메주와 간장이 서서히 분리된다. 60일 후 간장은 통에 담고 메주는 된장으로 분리하는데 이 날을 '장 뜨는 날'이라고 부른다.


장 뜨는 날까지 충분히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간장을 뜨려고 하면 메주가 섞여 나오게 된다. 제대로 된 간장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 담그는 것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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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의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을 다투는 업무 때문에 늘 쫓기는 것이 직장인의 심리이다. 무언가를 부탁하면 빨리 받고 싶고 어떨 때는 내가 부탁하기 전에 내 마음을 착 눈치채고 해줬으면 하는 이상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사실 말을 해도 다 모른다. 다 내 마음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이유


일을 못하는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여유가 없고 급하다. 이거 빨리 해결 못하면 또 혼날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 한편으로는 잘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특히나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조급함을 느낀다. 빨리 끝내서 부러뜨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그게 상대방에 대한 독촉으로 이어진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쪼으면 다 된다"는 말이 있다. 전형적인 갑질의 모습이다. 쪼아서 한 두번은 빠르게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인 것이다.


구약 성경에는 이스라엘 초대왕인 사울 이야기가 있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 된 후 강력한 철기 문명을 가진 블레셋 족속이 쳐들어왔다. 다급한 마음에 그는 제사 준비를 하고 제사장인 사무엘을 기다렸다.

그러나 사무엘은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백성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사울왕은 급한 나머지 제사장 외에는 드릴 수 없는 제사를 자기 손으로 드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무엘이 도착했다.


"왕이시여, 지금 무슨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당신이 제 때 오지 않아 내가 대신 하나님께 제사를 지내고 있는 중이요"

"왕께서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했으니 왕의 권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망하게 될 것이오"



그 말대로 사울의 권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그는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이 외에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행동해서 일을 그르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마무리하며


일을 하다보면 제 때 자료를 주지 않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내 부탁을 무시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상하게 된다. 때로는 독촉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서 받아내는게 맞다. 그러나 그런 일이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여유를 주자. 당신도 한참 바쁠 때 누가 자료 만들어서 달라고 시간 단위로 쪼아대고 있으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너한테나 이게 중요하지 나한테는 안 중요한데? 생각이 들 것이다.


급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자. 일 못하는 사람은 급하게 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여유를 갖자.



여유란 자신의 삶에 대한 조절 장치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미국의 연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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