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학기 첫 날,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그래, 시작이 반이다, 동감!

by silvergenuine

이제 나를 떠난 아이들은 새학년 새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 새 담임 선생님을 만날 것이다.

나 역시 새로이 만날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해야한다.


새학급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교실을 옮길 경우 교사의 짐 정리가 장난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퇴사할 때 보면 서류박스 하나만 들고 나오던데, 교사는 수업에 쓰일 만한 교수자료와 학습준비물들을 바리바리 챙겨서 짐수레에 싣고 작년과 올해의 교실 사이를 수차례 왕복한다. 쓰던 교실에 뭐라도 두고 오면 새로 오실 선생님이 싫어할 수 있기에 최대한 싹 비워주어야 한다. 떠나는 교실도 깨끗이 청소해두고, 새 교실도 이사집 청소마냥 사물함, 책상 서랍 구석구석 청소부터 한다. 그리고 교실 앞에 마구 갖다놓았던 교사의 이삿짐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넣다보면 어느새 다들 제자리를 찾아들어간다. 그것 참 다행이고 신기하다.


학생 수에 맞게 책걸상을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여 배열하고, 사물함과 신발장 번호를 정비한다.

예전에는 사물함에 이름표를 붙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저 튼튼하게 번호를 붙여서 해마다 사용할 수 있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해마다 제각각 다른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그걸 다시 떼고 접착제 자국을 제거하는 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산 업무를 처리할 준비가 되면 이제 학급 아이들 명단의 연락처를 정비해서 학교알림앱으로 학급 초대를 한다.

예전에 교실 우유 급식을 할 때는 개학 첫 날 또는 다음날부터 우유를 제공해야 한다하여 희망여부를 미리 조사해야 했다. 3월 둘째 주부터 주면 뭐 어때서 그랬을까. 요즘은 학부모 설문 결과에 따라 점심 급식에 유제품이 포함되어 제공되는 추세라서 교실 우유 급식은 이제 사라져가는 추세다.


같은 학년 담임들이 모여 학년 교육과정 담당자를 정하고, 학년 부장은 그 해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맞게 예약을 완료하고 교육과정에 반영을 하도록 한다. 새 학년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학습준비물 예산에 맞춰 준비물 목록을 작성하여 학습준비물 업무담당자에게 파일을 넘긴다.

그 외에도 업무담당자 간 업무요청이 엄청 많이 휘몰아쳐 오는데 정신없이 처리해주다보니, 지금은 포맷되어 기억이 잘 안 난다. 해마다 새롭다.


대망의 개학식날.

방학 중에는 과연 내가 개학하면 아침에 제 때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용케 개학식날은 1년 중 제일 일찍 일어나진다.

교실에 오면 나보다 먼저 교실에 와 있는 아이들이 꼭 있다. 너의 첫인상, 나의 첫인상. 새 담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도 떨린다.

낯선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이할 때, 아이들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앉을 자리와 아는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학급운영안내장, 방과후 신청 안내장, 가정환경조사서, 개인정보이용동의서, 건강조사서 등을 담은 L폴더에 학생들 이름을 붙여 미리 배치한 아이들 책상에 놓아두길 잘했다.

“어서와, 0학년은 처음이지? 선생님은 세 번째야.”

라고 써둘 걸 그랬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새 담임과 새 학급 친구들을 살피는 모습을 본다. 작년보다 더 잘 지내는 올해가 되고 싶은 마음도 안다.


아침활동 시간이 끝나갈 쯤, 학생수를 확인하고, 출석을 부른다. 가끔 딴 반에 가서 앉아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모두 무사히 새 교실에 모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같이 뭘 해야한다.

3월 첫 주부터 학습 진도를 나갈 수 있지만, 그래도 개학식날부터 교과서 수업을 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일단 1교시에는 개학식 방송조회를 시청한다. 새로 배정된 각반 선생님 소개 자료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나에겐 동료 선생님들의 가장 젊고 아름답고 낯선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개학식 방송이 끝나면 온전히 우리 학급의 시간!

종업식 전에 미리 교과서를 나누어 주기도 하지만, 엄마가 버렸다거나(진짜?), 전학을 오거나 하는 경우들 때문에 점점 새학기에 교과서를 배부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요걸로 개학식 첫날 한 교시는 보낼 수 있지! 교과서를 받고, 이름을 쓰고, 매일 배우는 교과서는 책상 속에, 예체능, 도덕, 실과처럼 일주일에 한두번 사용하는 책은 사물함에 정리한다. 사물함 정리할 때 개별 휴지, 물티슈, 양치도구, 줄넘기, 색연필, 사인펜 같은 것들도 같이 넣도록 한다.

“선생님, 저는 안 가져왔는데요.”

“음, 내일은 가져와요.”

“네임펜이 없는데요.”

“여기 선생님 거 쓰고 돌려주세요.”


정리가 좀 되면 다음은 자기 소개 시간.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미 서로를 아는 아이들도 많아서, 사실 교사가 제일 낯설다. ‘나는 누구일까요?’ 같은 퀴즈놀이로 소개활동을 하면 소개글만 듣고도 바로 누구인지 맞추는 아이들이 나온다. 그러면 그들은 이미 알던 사이라는 것. 답을 모를 수 밖에 없는 경우, 이미 서로 아는 아이들이 막 친해보이겠지만, 한 주 쯤 지나면 어차피 반 관계도는 재편성되어진다.


이름 외우기 게임도 하고, 책상 위에 올릴 삼각 이름표를 꾸미거나 자기 소개 자료 만들기 같은 것을 해서 교실 환경판에 붙이고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

새로운 급식 자리를 익히고, 이번 선생님은 급식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탐색하며 급식을 완료한다.


교실에 다시 모여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종례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또 저마다 자신의 오후 일과를 보내러 간다. 교사 역시 조용해진 교실에서 정신을 수습하며 쌓여있는 새학기 업무처리를 하고 내일 수업을 준비한다.


시작이 반.

그 반이 참 어렵지만, 그 어려운 하루가 결국 우리가 함께 한 오늘이 되어 지나간다. 이제 우리는 조금씩 더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서로의 일상이 될 것이다. 다시 헤어져야할 1년 뒤를 알기에 하루하루 후회없이 잘 살아가자.








keyword
이전 02화학년말 반편성은 누구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