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리가 요즘 자주 휴가를 냈다.
얼굴도 어둡고, 말수도 줄었다.
조금은 걱정되던 차에, 정대리가 조용히 내 자리로 왔다.
“팀장님…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최근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다행히도 초기라고 합니다.”
정대리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며 촉촉해지는 게 보였다.
차분히 전하려 애썼지만, 억눌린 감정이 비쳤다.
"앞으로 휴가를 자주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나는 무어라 말을 건네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요. 정말 걱정이 많겠어요. 휴가는 편하게 언제든지 쓰세요. 부모님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업무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필요하면 언제든 일찍 퇴근하세요.
아버지 잘 챙겨드리세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조금 어두운 표정이었구나…
다음 날, 실장님과의 점심 자리에서
살짝 정대리 상황을 말씀드렸다.
“초기면 다행입니다.
저희 가족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간단한 시술로 잘 회복됐어요.”
실장님의 말에 내심 안도했다.
며칠 뒤, 정대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일정이 잡혔고
수술 후 며칠간 입원도 예정돼 있다고,
병간호를 위해 하루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6~7년 전, 와이프가 짧게 입원했을 때
본부장님이 전화를 주시고, 병실로 과일 바구니가 도착했던 일…
그분은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그때 느꼈던 따뜻함은 오랫동안 남았다.
나는 정대리를 불러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 병원 주소 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는 약간 의아해하는 듯했지만, 주소를 메모해 주었다.
그날 오후, 나는 롯데백화점으로 달려가
과일 바구니를 고르고, 병실로 보냈다.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는 한 줄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며칠 뒤, 정대리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리고 조용히 전했다.
"아버지 수술이 아주 잘 됐어요. 지금은 건강하게 퇴원하셨습니다.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후 정대리 아버님은 건강을 되찾으신 뒤
미국, 유럽 등으로 여행도 다녀오셨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좋은 일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찾아온다.
그럴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 작은 배려가 큰 위로가 된다.
돌아보면, 그 순간들이
좋은 기억이 되고,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