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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의 결혼식, 그리고 신부의 한마디

함께 축하해주는 마음

by 정작가

막내 직원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팀에 합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성실함 하나만큼은 분명한 친구였다.
다만 말수가 적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었다.


결혼식은 용인에 있는 예식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우리팀의 김 부장님은 참석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거리도 멀고,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 마음은 이해했다. 서울에서 용인까지 이동하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김 부장님은 용인에 골프 치러 자주 다니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린 한 팀이고, 인원도 많지 않다. 가능하면 다 함께 축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굳이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식 전날, 나는 가볍게 한마디 건넸다.

“내일, 다들 어떻게 가세요?”

그 짧은 물음에, 모두가 간다고 답했다.
김 부장님 차에 한두 명이 함께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고 했다.

결혼식 당일, 나는 조금 일찍 도착했다.
신랑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축의금도 평소보다 조금 더 준비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인 결혼식으로는 가장 많이 낸 금액이었다.)
우리 팀의 막내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날이니, 그만큼 마음을 담고 싶었다.


결혼식은 축복 속에 차분하게 마무리됐다.
식사 자리에서, 신랑과 신부가 우리 테이블로 인사를 왔다.
밝은 얼굴로 인사하던 신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팀장님, 우리 남편 잘 부탁드려요.”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입사 후,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번 혼을 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이 친구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라졌다.

나는 웃으며 “예”라고 답했다.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에 하나의 기준이 생겼다.
팀원을 대할 때,
그 사람이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자고.


조용한 결혼식이었지만,
나에게도 행복하고, 큰 무언가를 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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