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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

침묵 속의 균열

by 정작가

“처음엔 그저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늘 김 부장님을 존중하려고 했다.
작년까지 팀장을 맡으셨고, 경력도 풍부한 분이었다.
무엇보다 배울 점도 많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팀장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회사에 대한 동기부여를 잃은 듯 보였다.
그래서 더 힘내시라고, 나름의 배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의 시간에도 일부러 그의 의견을 먼저 물었다.
존재감을 챙겨드리고 싶었고, 그걸 통해 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는 팀에서 가장 선배였고, 여전히 영향력이 있었다.
내가 팀장이긴 했지만, 팀 전체가 잘 굴러가기 위해선 그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서서히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 은근한 반발과 냉소가 느껴졌다.
업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 부정적인 언급, 그리고 회의 중 무심하게 던지는 농담들까지.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그냥 본인이 싫은 걸 넘어서 팀 전체의 에너지를 깎아먹는 거 아닌가?”


그날도 바쁜 날이었다.

김 부장님은 누구보다 먼저 책상을 정리하며 말했다.
“다들 퇴근합시다~”
다른 팀원들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고생했어요, 잘 들어가세요'라고 하고는 또 혼자 남았다.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업무 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일이 반복됐고,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던 팀원들과의 저녁식사는
이젠 매주 팀장인 나만 빠진 모임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새 몇몇 팀원들과 은근한 결속을 다지며, 작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하면 바뀔 거라고.
팀장이 20~30% 더 열심히 하면 팀 전체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결국 팀은, 팀 전체가 움직여야 했다.


돌아보면, 올해 초에 우리 팀에 김 부장님을 포함한 두 명의 부장님을 동시에 받았던 건
결정적인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시너지가 나기보다는, 부정적 에너지가 증폭되고 있었으니까.

업무는 점점 지연됐다. 보고 일정은 계속 밀렸고,
사장님과 실장님께 올릴 보고서마저도 자주 타이밍을 놓쳤다.
처음에는 재촉하지 않던 나도, 이제는 일정을 안 챙길 수가 없었다.
그가 제출한 보고서는 매번 손이 많이 갔다. 늦게 제출되고, 완성도마저 떨어졌다. 결국 내가 다시 수정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렇게는 팀을 이끌 수 없다.” 정대리도, 신입사원도 이 모든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새 나보다 두 부장의 눈치를 더 살폈다. 팀 내부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매일 밤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반복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


더는 그냥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없다고 느꼈다. 나는 결심했다.
무너지기 전에, 이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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