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부감사, 그 실질적인 대답

징계위원회, 그리고 환수

by 정작가

“신 팀장님, 저… 저 그만두겠습니다.”


“어차피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징계의 최고 수위가 해고 아닙니까?

지금 너무 스트레스 받고 있고, 건강도 안 좋아지고...

더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그리고... 저는 정말, 개인적으로 돈 한 푼 받은 적 없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퇴사하더라도 성진테크와 이야기해서 환수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강제할 순 없지만요...”

최 과장의 얼굴엔 그간의 압박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최 과장님, 지금은 퇴사할 수 없습니다.”

나는 단호히 말했다.

절차상 징계위원회가 끝나기 전엔 퇴사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계좌 입출금 내역을 제출해 진실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진테크로부터 2억 5천만 원도 반드시 환수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반드시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계좌 입출금 내역은 못 드립니다.

아내와의 생활비, 가족 간 계좌 거래 같은 사적인 내용이 많아서요.

그건… 정말 어렵습니다.”


이제는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했다.

관련 내용은 모두 CEO에게 보고되었고, 아래 다섯 가지 조치가 즉각 시행되었다.

① 최 과장의 업무 즉시 배제

② 정산 담당자 변경 및 내부 프로세스 개선

③ 환수 조치는 영업팀 주도로 진행

④ 환수 완료 전까지 성진테크에 대한 대금 지급 보류

⑤ 최 과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조속히 개최

우리는 환수 대상 금액과 정산 세부 내역을 영업팀과 공유하고,

법무팀 협조를 받아 정산 합의서를 준비해 성진테크에 전달했다.


성진테크는 대금이 입금되지 않자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자금 사정을 언급하며,

“환수 금액을 6개월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결국, 우리는 환수 일정과 금액을 명확히 정하고, 합의서를 체결했다.


2주 후,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최 과장은 계좌 제출은 거부했지만,

전액 환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이 고려되었다.

그는 해고 대신 정직 처분을 받았다.




날인된 정산합의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부 감사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례야말로 내부 감사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었다.”

keyword
이전 23화감사팀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