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약 10년간의 비윤리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다.
징계 공지, HR 데이터, 감사 결과 자료까지… 팀원 모두가 묵묵히 자료를 들춰봤다.
그리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아니, 이렇게 사례가 많았다고요?”
나 또한 막연히 생각했다. “우리 회사엔 큰 문제가 없었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책 한 권이 나올 만큼 다양하고 반복적인 문제들이 존재했고, 또 어떤 것들은 조용히 정리돼 있었다.
놀란 건 단순한 건수만이 아니었다. 어떤 사안은 징계 사직으로 마무리됐고, 어떤 경우는 정직 후 의원면직 처리되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과거엔 지금보다 훨씬 단호했구나.”
우리는 이 사례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비윤리 유형을 구조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기준 정립이 목적이었다.
1) 사업 수행 과정 위반
허위보고, 손익조작,
규정·승인 절차 무시
채권 사고 은폐, 보고 지연
예시: 실제 매출을 부풀려 내부 보고,
외부 사고 발생 후 한 달 넘게 보고 누락
2) 이해관계자 관련 위반
협력사 금품 수수, 접대
법인카드 제공, 인력 허위 기재
예시: 협력사로부터 법인카드를 지급받아 사용
근무하지 않은 외주 인력을 시스템상 투입하여 정산
3) 회사 자산 관련 위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소모품 무단 반출, 출장비 허위 청구
회사 정보 유출
예시: 가족 식사에 회사 카드 사용,
출장과 무관한 지출을 출장비 명목으로 허위 기재
4) 성실 의무 위반
투잡, 무단결근
업무 시간 내 사적 용무, 장기 부재
예시: 온라인 쇼핑몰 겸업,
가족 명의 회사 설립 후 근무 시간에 해당 회사 업무 처리
5) 직장 내 관계 위반
직원 간 돈거래 및 채무 미변제
폭언, 갑질
예시: 직장 동료에게 반복적 돈거래 후 회피
회식 자리에서의 언어폭력
우리는 유형별로 정리한 사례에 시사점과 대응 프로세스까지 포함했고, 그렇게, 사례집이 완성되었다.
며칠 뒤, 직책자 워크숍이 열렸다. CEO의 제안대로, 윤리경영의 정의와 우리 회사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례들을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나는 단상에 올랐다. 실명은 제거했고, 한 장씩 화면에 비윤리 유형과 사례 예시를 띄우며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슬라이드에 이렇게 적었다.
“리더는 의사결정의 주체이자 실행의 주체입니다.
권한은 위임할 수 있어도, 책임은 위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윤리 수준은,
그 조직의 리더 윤리 수준을 결코 넘어설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준을 세웠고, 이제 그 기준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