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잠깐 시간 되세요?”
연말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보직을 맡은 기업영업팀, 이 팀장이었다.
“감사팀장님, 지난주 직책자 워크숍에서 비윤리 사례 발표하셨잖아요.
듣다 보니 생각난 게 있어서요. 혹시 직원들 간 금전거래는 안 되는 거죠?”
나는 짧게 숨을 고르며 답했다.
“예, 이 팀장님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우리 회사에 직원 간 금전 문제로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때 직책자가 직원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결국 해고까지 간 일이 있었죠. 그 일 이후로 직원 간 금전 거래는 엄한 징계 대상이 된다고 공식 공지했고, 규정에도 반영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그는 잠시 말끝을 삼키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팀에… 그런 사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려야 할 것 같긴 한데, 한편으로는 좀 개인적인 문제 같기도 해서요.”
나는 시계를 흘끗 보고 말했다.
“지금 바로 회의가 있어서요. 내일 오전, 회의실에서 뵙죠.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날, 나는 김 부장과 함께 이 팀장을 다시 찾았다.
그의 표정은 결심과 망설임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잠시 시선을 피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팀원인 성대영 과장이 동료 몇 명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소문만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는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제가 정확히 아는 건 한 건입니다. 빌려준 직원의 가족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최근 들어 독촉을 하고 있으며, 이번 달까지 갚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그 직원과 제가 평소 가까운 사이여서, 하소연을 들었고… 오늘 감사팀장님을 만나기 전 확인한 내용입니다. 솔직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찾아온 겁니다.”
나는 물었다. “대여 금액은 얼마인지 아세요?”
“2천만 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차용증까지 썼다고 하더군요.”
“혹시 팀장님 본인도 금전거래가 있으신 건가요?”
“아닙니다. 전혀 없습니다. 다만… 성 과장이 돈을 빌린 건 사실이고, 지금은 갚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리로 돌아온 우리는 대화를 간단히 정리해 실장님께 보고했다.
금전거래가 ‘개인적인 영역’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우리는 몇 명의 관련자를 조용히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법무팀에서 연락이 왔다.
“감사팀장님, 이 서류…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봉투. 발신인은 외부 대형 로펌, 수신인은 우리 회사.
첫 페이지를 펼치자, 가장 먼저 ‘성대영 과장’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 냄새와 묵직한 활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감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단순한 돈거래 제보로 시작된 일.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 밑에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더 깊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