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27도를 느껴본 적 있으세요?
올해는 눈이 많이 오고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에, 캐나다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우리는 얼마나 추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겪어 본 추위는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라디오를 켜면, 오늘의 기온과 추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아나운서는 이번 추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전하며, 따뜻하게 옷을 입고 아이들은 바깥출입을 삼가도록 당부한다.
데이케어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교에 다니는 4세와 5세, G1~G5 아이들은 이런 추운 날씨에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추위 속에서 아이들을 밖에서 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구스를 입어야겠다.
나는 정말 춥지 않으면 꺼내지 않는 그 옷을, 바스락 거리는 비닐 속에서 오늘에서야 꺼냈다.
처음 캐나다에 온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가 9월이었다.
캐나다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왜 단풍잎이 국기 속에 있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곳에서 살 수 있음에 감사했던 그날을.
그 해 겨울, 캐나다의 첫 추위를 마주했을 때, 한국의 추위와는 전혀 다른 캐나다의 겨울바람을 느꼈다. 그 바람은 마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숨에 얼어붙게 만드는 고드름 같았다.
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캐나다구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왜 그 이름에 ‘캐나다’가 들어가는지 알 거 같았다.
-25도의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옷이라는 걸.
처음 느끼는 추위에서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캐나다구스 덕분이었다.
차가운 바람조차 스며들지 못할 만큼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눈으로 뒤덮인 거리를 거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고, 캐나다에서도 여러 겨울 아우터 브랜드가 있다.
나도 몇 개의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오늘 같이 이렇게 추운 날이면 망설임 없이 꺼내는 옷은 늘 캐나다구스다.
작년 겨울, 한국에 갔을때 어떤 겉옷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었다.
엄마도, 친구들도 통화를 할 때마다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또 눈은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대해 들어서 인지, 캐나다만큼 춥겠거니 싶어, 무겁고 긴 패딩을 챙겼었다.
그런데 막상 한국의 12월은 포근했고, 따스했으며, 마치 겨울을 갓 지난 봄날 같았다. 햇살은 눈부시게 빛났고, 나는 그제야 ‘이게 한국의 겨울이구나’ 하고 미소지었다.
사실, 겨울에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엄마는 이제는 여름 말고 겨울에 오라며, 그러면 나와 더 많이, 어디든 함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 회사도 12월 마지막 2주는 문을 닫았고, 덕분에 나는 5주 동안의 긴 휴가를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 처음으로 한국에 갔다.
한국의 12월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어디를 가든 상쾌하고 시원했으며, 손끝이 살짝 시릴 정도의 추위가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졌다.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포근하고 온화한 겨울이었다.
이런 한국의 날씨와 상관없이, 나는 캐나다에서 가져온 겉옷을 입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추위를 걱정하며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친구들을 만난 날, 정작 한국의 겨울이 춥다고 했던 친구들은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춥다며, 한국 겨울 매일 한파라며, 너는 이렇게 추운 날 코트를 입고 나왔어?"
"오랜만에 나한테 이쁘게 보이려고?" :)
"어? 어, 몰랐구나. 여긴 얼죽코야" 하며 웃는다. 얼죽코? 그건 또 무슨 말이지?
하하하.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안 단어. 얼죽코.
캐나다에서 사람들이 코트를 입고 다니는걸 별로 본 적이 없다. 이런 날씨에 코트라니.. 겨울엔 캐나다 구스지.
오늘도 나는, 추운 캐나다의 날씨를 이겨내며 길고 긴 겨울을 버텨야 한다.
괜찮겠지, 체감온도 -27도 :)
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