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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동료들과 어떤 하루를 보내세요?

하루의 시작과 끝, 직장 내 소소한 에피소드

by Soo 수진

매일,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회사는 마치 다정할 수밖에 없는 연인 같다. 아침이면 서로의 기분을 살피고, 힘들 때는 조용히 응원하며,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때로는 의견이 엇갈려 살짝 불편한 공기가 흐르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쓴다. 함께하는 시간이 가족보다 길고, 같은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커피를 마시는 습관까지도 알게 된다.

때론 설레고, 때론 지치고, 때론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는 관계. 하지만 결국, 서로가 없으면 그 자리는 텅 비어버린 듯한 사이. 그렇기에 우리는 조심하고 배려하며, 또 한 번 "고마워"를 건넨다.

이렇게, 회사라는 이름 아래 다정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매일 아침 '굿 모닝' 인사로 하루가 시작된다. 캐나다는 여전히 긴 겨울왕국이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늘 예보를 하는데, 올해 겨울은 작년에 비해 훨씬 춥고 눈도 많이 온다고 했다. 예보대로 이번 겨울은 폭설이 잦았고, 체감 온도가 -20도를 넘는 날도 많았다.

회사에 도착하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메일을 먼저 체크한 뒤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이것이 매일 반복되는 나의 루틴이다. 회사에 도착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주말을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은 스몰톡으로 시작된다.

언제나 "Happy Monday! How was your weekend?" "Hey, how was your weekend? Did you do anything special?"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월요일마다 같은 질문을 해도, 대답은 늘 다르다. 가족과 레스토랑에 다녀온 이야기, 종일 넷플릭스를 본 이야기, 특별히 한 일 없이 보냈다는 이야기. 그리고 나는 안경을 새로 맞춘 일에 대해 얘기했다. 캐나다에서는 2년에 한 번 시력 검사와 안경 렌즈 교체 비용을 회사 보험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에 안과에서 검사를 받고 낸 금액은 $180, 렌즈만 교체하는 데 $360이 들었다. 회사 보험이 없다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캐나다는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가 무료이지만, 그렇지 않은 비용은 한국보다 몇 배 비싸다. 이제는 이런 의료비용 또한 익숙해졌다. 아침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주말을 공유하는 시간이 짧지만 따뜻하다. 동료들과 짧은 스몰톡을 나누며 친밀감을 쌓아간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공간에는 포토그래퍼, 소셜미디어 에디터, 비디오 에디터, 카피라이터, 그리고 나, 디자이너가 함께 하루를 보낸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고 맡은 일도 다르지만,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며 협업하는 우리는 크리에이터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작업물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내 앞에서 일하는 Valentina는 소셜미디어 에디터다.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녀는 4차원 같다. 그래서 그녀가 크레이티브 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일을 할 때 더욱 빛이 난다. 평범함과따분함을 거부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방식이 그녀의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난다.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좋아하는 그녀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우리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비슷해서 서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나는 귀엽다. 가끔 한국 과자를 간식으로 가져가는데, 그중에서도 '계란과자'를 유독 좋아한다. 이탈리아의 한 과자와 비슷하다며 얼마 전에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카피라이터 Marc와 아침회의, 나를 찍어주고 있는 사랑스러운 Valentina



옆자리에 앉은 Marc는 카피라이터다.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대부분 그와 함께 일하는데, 내가 디자인 레이아웃을 작업하면 거기에 맞춰 글을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가 디자인한 레이아웃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그의 배려이기도 하다. 내가 단어 수를 알려주면그는 그에 맞춰 글을 써주고, 반대로 그가 Word 문서를 주면 나는 거기에 맞춰 디자인을 한다. 어느 방식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서로의 방식에 맞춰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며 필요한 것을 자주 챙겨주는 따뜻한 동료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고,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한국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궁금한 단어가 있을 때마다 물어보곤 했다. 나는 '어머', '괜찮아', '안 괜찮아', '오빠', '누나', '동생', '안녕', '고마워', '도와줘', '좋아‘ ‘안아 줘‘ 와 같은 짧은 단어들을 가르쳐줬다. 신기하게도 그는 대화 중에 적절하게 이 단어들을 사용하며, 한국어가 자연스러워졌다.


포토그래퍼인 Emad가 슬쩍 명함 크기의 사진 한 장을 건넨다. 얼마 전 독일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하나를 출력해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오! Emad, 이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아. 너무 아름다워! 고마워.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줘서."

그는 모든 표현을 미소로 대신했다.

"Soo, 뒷면을 봐."

사진을 뒤집어 보니, 내 이름과 함께 그가 지어준 또 다른 이름, 그리고 그의 싸인이 적혀 있었다. 그의 다정한 필체가 느껴졌다. 나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은 포토그래퍼처럼 전문적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은 정말 멋진거 같다. 자신이 본 풍경과 순간,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으니까.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감각, 그건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


Emad가 건넨 사진과 비디오 에디터 Lismery 생일에 찍은 플라로이드_ 독수리 오형제 같다.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누군가 먼저 말을 건넨다. 오늘의 주제는 '허그'와 '뺨 키스(볼 인사)'였다. 이탈리아나 유럽에서 살았던 동료들은 '허그'와 '뺨 키스'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Soo, 한국은 어때? 인사할 때 양볼에 키스하지?" 그녀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물었고,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대답했다.

"아니, 허그도 잘 안 해. 뺨 키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에이, 아니지?" "어? 진짜야. 우리는 악수해." 나는 손을 내밀며 보여줬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가 다시 물었다.

"그럼 가족끼리는? 부모님이나 친구랑도 허그 안 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모님이랑? 음... 친구랑은? 으음... 글쎄.. “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허그'에 익숙하지 않았다. 친한 외국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그녀의 가족이 내 볼을 맞대고 뺨 키스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얼어붙었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럽고 따뜻함을 표현하는 인사였다. 이렇게 캐나다에서 살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점차 흡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의 문화에 익숙해질 무렵, 한국을 방문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에게 반가운 마음에 허그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마치 "아... 반가운데, 허그는 좀 어색한데?"라고 말하는 듯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다가간 내가 순간 어색해져 서둘러 팔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내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갑작스러운 허그에 놀라 뒷걸음치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이제는 서서히 이곳의 문화가 내 안에 스며들고, 나의 행동도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이렇듯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군가의 생일이면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고, 누군가 부모님의 이야기를 꺼내면 함께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곳에서는 그런 감정들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매일 8시간, 일주일 40시간, 그리고 한 달, 일 년.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얼굴을 마주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들.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만약 불편한 관계가 된다면,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숨 막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한다. 모두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분을 살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의 일을 공유하며 함께한다.

우당탕탕!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가 시작됐고, 어느새 또 하루가 저물었다.
"Thank you! Soo."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이 말을 들었는지 모른다.

"고마워."
그 한마디가 나를 또 미소 짓게 만든다. 모든 것이 다정하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일이 더 힘이 되고 즐겁다.

이렇게, 캐나다에서 여유로운 삶을 배우며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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