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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두부 안돼!!

by 물질하는 남자
두부 안돼!!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내가 반려견 두부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잠깐 두부를 소개 하자면 몸무게가 30킬로가 조금 넘는 5살 된 골든리트리버 수컷이다. 태어날 때부터 혈관기형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 했고 여러 수의사들의 우려와 다르게 다행히도 아직 건강히(?) 생존 중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지만 보호자를 잘 만난 덕분에 서울에 가본 경험도 있다. 특기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친한척하기 취미는 쾌변 후 잔디밭에서 등 부비 기다. 간식보다 공을 더 좋아하고 개보다 사람을 더 좋아한다. 리트리버답게 수영을 잘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수영하는 것보단 발만 담그는걸 더 좋아한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혈관 기형 덕분(?)에 대부분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채식하는 강아지고 장복하는 약도 꽤 다양하다. 아픈 강아지답지 않게 가끔씩 힘이 넘쳐서 '저 새끼 안 아픈 거 아니야?' 하는 나의 의심을 사기도 한다. 크고 작은 사고를 워낙 많이 치고 다녀서 시야에서 사라지면 일단 "두부 안돼!!" 하고 소리치고난뒤 찾으러 다녀야 한다.

모래사장에서 노는게 제일좋은 두부

사실 두부는 기대 수명이 2년 정도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2년밖에 못 사는 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다 가게 해주자'라는 생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날 무렵부터 '이제 끝이구나...'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두부는 신기하게도 잘 이겨냈다. 그렇게 벌써 5년...... 전신마취 3회와 10시간이 넘는 대수술후 수십 번의 간성혼수로 인한 발작 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약을 장기 복용하긴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건강한지 아픈 건지 헷갈리는 '개'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지갑은 홀쭉해졌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죽음을 준비하면서 키워서 그런지 얼마 전부터 죽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보다 지금까지 두부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짧지만 강렬했던 두부의 5년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두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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