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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순간들로 하루를

하루의 작은 행복을 기록하며

by rufina



오늘, 감사할 일은 무엇이 있었을까.

2025년 새해를 맞으며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세 가지 감사한 일을 떠올리자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과연 세 개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다.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 보면 감사는 생각보다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쌍둥이들을 재우고 묵상 음악을 틀어놓은 채, 나는 오늘을 다시 꺼내본다.


1. 조금 느긋했던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에는 남편이 나 대신 쌍둥이의 아침 우유를 먹여준다.

덕분에 나는 7시가 아닌 8시에 눈을 떠도 된다.

아기들이 잠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한 시간이 주는 여유가 생각보다 크다.

그 짧은 틈에서 나는 오랜만에 ‘나’로 머물 수 있었다.


2. 가을이 속삭이는 시간

필요한 것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베르겐 시내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나무들이 어느새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이 깊어졌다는 걸, 그제서야 실감했다.

가을빛에 어울리는 팝송을 들으며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을 바라본다.

찬 바람 속에서도 햇살이 부드럽게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환해졌다.


3. 작은 인내, 큰 기특함

예상보다 외출이 길어지면서 아기들의 점심과 낮잠 시간을 놓쳐버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해 둔 점심을 먹였다.

배가 고팠는지 쌍둥이들은 손으로 허겁지겁 집어 먹기 시작했다.

배고픔과 졸림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도
잘 버텨준 아이들이 참 기특했다.


그 외에도—

장 볼 목록을 깜빡했지만 기억을 더듬어 필요한 것을 모두 사왔던 일.
내 발이 딸의 얼굴에 스쳤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던 일.
배고파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야식으로 계란프라이를 구워준 일.
그리고 하루의 끝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과 쿠키까지.


정말 소소하지만, 오늘 하루를 조용히 채워준 감사는 생각보다 많았다.


오늘의 작은 행복들이 쌓여
내 하루를, 그리고 내 삶을 조금씩 더 따뜻하게 만든다.

내일도 오늘처럼, 감사한 순간들로 하루를 채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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