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

미리 걱정하고, 미리 실망하던 나에게

by rufina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내 돈도 아니었는데, 가정보육지원금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말만으로도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마음이 뒤틀렸다.


저녁 장을 보고 돌아온 나에게 남편이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아기를 집에서 돌보는 부모에게 주어지는 이 지원금은 아기가 13개월에서 19개월 사이일 때, 단 7개월 동안만 지급된다고 했다. 게다가 집에서 돌보는 시간에 따라 금액도 달라진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툭 하고 내려앉았다.
사실 나는 이미 그 돈을 어떻게 쓸지 마음속에 계획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이 아니라 7개월.
줄어든 5개월이 괜히 크게 느껴져 속상함이 불쑥 올라왔다.
투덜거림도 절로 나왔다.
“복지국가라더니, 기대만 했지…”


그때 남편이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자.”

그 말 한마디에 투덜대던 마음이 잠시 멈췄다.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이 맞다.
그 돈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빼앗긴 것처럼 속상해했다.
누가 물에서 나를 건져줬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 하는 격이랄까.


속상했던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다짐했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낙심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그런데 며칠 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애초에 가정보육지원금 대상이 아니었다.
이 제도는 부모가 노르웨이에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알고 나니, 며칠 동안 속상해했던 마음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받을 수 없는 것을 두고 미리 걱정하고, 미리 실망하고, 미리 분노했던 나의 마음들.


그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앞에서는 마음을 느슨하게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내 손안에 있는 것들에 더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그렇게, 또 한 번 배운 하루였다.



가정보육지원금(cash-for-care, kontantstøtte)란?

대상: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부모

지급 기간: 아기가 13개월~19개월 사이, 최대 7개월

지급 조건: 부모가 모두 노르웨이에 5년 이상 거주해야 신청 가능

지급 금액: 아기를 전적으로 집에서 돌보는지, 일부만 보육 기관에 맡기는지에 따라 달라짐

목적: 부모가 가정보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 제공

※ 자세한 내용은 노르웨이 NAV 공식 홈페이지(nav.n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려놓기.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