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받아들이는 법
예상치 못한 소식 하나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시어머니가 새 차를 구입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말문이 먼저 열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남편은 조용히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냥 그럴려니 해. 우리랑은 달라.”
남편의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 파도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선택과 나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시어머니의 소비 습관은 늘 나와 달랐다.
가격 비교 없이 물건을 담고, 이미 있는 재료를 다시 사들이고,
계획보다 ‘그냥 느낌’이 앞서는 분.
이번 자동차 구매도 그랬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시내 가까이에 사셔서 차가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오래된 차에 트레일러히치가 없다는 이유로 새 차를 장만하신 것이다.
리스로 할까 고민하다가 매장에서 생각을 바꾸셨고,
게다가 우리와 같은 모델이라며 즐겁게 자랑까지 하셨다.
나라면 트레일러히치를 따로 설치했을 것이다.
아니면 두 분이 타기 좋은 소형 전기차를 선택했을 것이다.
왜 굳이 네 식구가 탈 만한 큰 차를…?
예전에는 우리 차가 너무 크다고 운전하기 어렵다 하셨던 분인데.
나는 소비 앞에서 오래 고민하는 사람이다.
계획하고, 계산하고, 다시 또 계산한다.
이 습관은 엄마에게서 배웠고, 엄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서 이어받았다.
어릴 적 외가에 가면, 화장실 벽에는 얇은 종이 달력이 걸려 있었다.
손주들에게는 휴지를 내어주셨지만, 두 분은 그 달력을 조심스럽게 뜯어 사용하셨다.
겨울밤에도 차가운 방바닥에 전기장판 하나만 켜고 주무셨다.
생활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몸에 밴 검소함 때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시며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셨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며
늘 절약을 생활처럼 이어오셨다.
돈은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모으고 또 모으셨다.
엄마도 그러셨다.
자신을 위한 소비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셨고,
화장대에는 늘 샘플 화장품이 가득했고,
옷장에는 오래된 옷들이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그렇게 절약하며 네 아이를 키워내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시어머니의 소비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방향을 돌려보면,
나의 절약 또한 어머니에게는 답답하게 보일지 모른다.
우리는 단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를 뿐.
나는 미래를 향해 선택하고,
시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선택하신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새기며,
나는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