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찾아온 삶의 안정에 대하여
“어머머!”
메일을 확인한 순간, 믿기지 않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여러 번, 다시 확인했다.
그 메일은 UDI*로부터 온 가족비자 승인 통보문이었다.
‘난 언제쯤 비자가 나오려나’ 하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메일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매달 UDI에서는 비자 진행 상황 보고 메일을 보내왔다.
“당신의 지원서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가족 비자 신청이 많아 대기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예전엔 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노르웨이에서 이주민으로 살아보니,
비자는 단순한 입국 허가가 아니라 — 한 사람의 일상과 생존, 그리고 존엄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임을 깨달았다.
가족비자 승인 전까지는 노르웨이 내 거주는 허용되지만, 국외로 나갈 수 없고 사회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말하자면, 존재는 허락되되 권리는 없는 상태다.
그 말은, 언제든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시간 동안 나는 ‘아프면 안 되는데, 다치면 안 되는데’ 하며 매일 조심조심 살아왔다.
출산 당시에도 비자가 나오지 않아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결제 창 앞에서 손이 떨렸다.
거주증만 있었다면 무료로 받을 수 있었을 의료 혜택이었다.
그 일을 겪은 뒤로 병원비용에 유난히 예민해졌다.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그저 버티듯 살아야 했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적어도 필요할 때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느낀다.
비자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삶의 안전망이 되어주었다.
이제 나는 노르웨이에서의 삶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긴 기다림 끝에 열린 문 앞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UDI (The Norwegian Directorate of Immigration) : 노르웨이의 비자 및 이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