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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문 앞의 따뜻한 이웃

뜻밖의 선물

by rufina


아기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띵동—’ 문벨 소리가 집 안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누구지? 이웃 할머니인가?’ 속으로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옆집 아저씨가 서 계셨다.
당황한 나는 급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생선 좋아하니?”


봉지 안에는 큼지막한 대구 한 마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낚시를 다녀왔다며, 직접 잡은 것이라고 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집으로 들어와 봉지를 열어보니, 부엌 가득 바다 내음이 퍼졌다.
갓 잡은 듯한 생선이 싱싱하게 나를 맞았다.


기쁜 마음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와, 옆집 아저씨가 대구를 주셨어! 이걸로 뭐 해 먹지?”


그렇게 오늘 저녁, 부엌에 갓 구운 대구가 놓이고 바다 내음이 가득 퍼졌다.
남편과 나는 기대에 찬 눈빛을 주고받았다.
평범할 뻔했던 저녁이 특별해진 날이었다.


많이 잡았다며 흔쾌히 나눠 주신 이웃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생각해 보면, 나와 남편은 이웃 복이 참 좋은 편이다.
한국에 살 때도 좋은 이웃을 만났다.
중학생 딸이 혹시 시끄럽게 할까 걱정하며 고구마 한 봉지를 놓고 가던 배려 깊은 이웃도 있었고,
남편의 머리 손질 방법을 알려주시며 기계까지 선물해 주신 이웃,
외국에서 잘 살라며 응원해 주시던 이웃도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도 우리의 이웃들은 따뜻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환영해 주었고,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는 축하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한국에 출장을 가면서는 필요한 것이 없냐고 먼저 물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곁에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도 언젠가 햇살 속, 문 앞에 작은 선물을 들고 서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되고 싶다.
오늘 받은 마음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는 하루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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