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토 에스프레시보, 그건 어떻게 하는건데요.
음악을 전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혹은 전공과 상관 없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둘을 나누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전자의 사람들은 곡에 대한 파악이 빠르다. 레슨 선생님은 첫 음만 들어도 이 사람이 어떤 악기를 쓰는지, 어떤 곡을 부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도 했었다. 둘째 전자의 사람들은 악보를 읽거나 곡을 듣는게 아니라 해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1+1=2 라는 식을 보고도 이게 1X2=2 또는 2-1=1 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셋째, 나는 후자에 속한다.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악보에 있는 정보를 입력하고 그대로 출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자 최고난이도 과제다. 지금 불어야 하는 계이름이 뭔지 읽고, 그에 따라 손가락을 잡고, 여기에 알맞는 바람을 불고, 주어진 박자를 세고, 적혀진 리듬을 따르는 것도 벅차다. 왠일로 제대로 해냈다 싶으면 셈여림을 빼먹었다. 다음 시도에서 셈여림도 신경썼으니 놓치는게 없겠지 싶다면 빠르기가 안맞다. 그런데 여기서 곡의 흐름과 분위기에 알맞게 조절을 하라니.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해 내게 주어진 업무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직장인에게 음악적 표현은 정말 주4일제 도입보다 멀리 느껴지는 단어다. 선생님 그냥 저한테 이거 열 번 연습해오라고 숙제를 내주세요.
그렇게 오늘 레슨은 몽환적인 듯, 철학적인 듯, 문학적인 듯 어렵게 끝났다. 하지만 내가 음악성은 없어도 의지는 있다.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유튜브로 내가 배운 곡들의 모범연주를 찾아본다. 보통 연주 실력보다 감상 실력이 더 빨리 늘기 때문에 유튜브 댓글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연주자마다 차이가 느껴지긴 한다. 여기서는 좀 더 힘차게 했구나, 저기서는 시작 부분이 더 강렬하구나. 그렇구나. 그래서 뭘 연습해야 하지? 둘 다 너무 좋은데? 그래도 빠른 곡이니까 더 힘찬 느낌이 어울리지 않을까? 근데 힘차게 부는건 어떻게 하는거지? 난 지금도 힘내서 불고 있는데? 여기서 더 힘을 낼 수 없는데?결국 혼자 이런 고민을 했다는것에 의미를 두고 다음에 다시 물어봐야지로 결론을 내린다.
음악적 표현이란 굉장히 많은 기능과 의미가 들어간 고차원의 영역이다. 제대로된 축구 경기를 하려면 기본 체력을 바탕으로 공을 다루는 개인기도 갖추고, 팀원들과 합도 맞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 규칙도 숙지하고, 전략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며 충분한 연습량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한참 실력이 부족하다. 당장 악보 읽기도 급급한 사람이 제대로된 음악적 표현을 해낼 수는 없다. 드리블도 익숙치 않아 공만 보고 뛰는 축구선수가 어떻게 골을 넣겠는가.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취미 연주자는 실력이 없어도 의지는 있다. 언제까지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며 눈치껏 연주할 수는 없다. 어설프게나마 부드럽게도 불어보고, 절도있게도 불어보며 연습해야지. 무엇이든지 기본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려운 연습은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나는 이따가 손가락이나 안헷갈리게 연습하러 가야겠다. 어차피 나의 목표는 지난주보다 잘 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