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송재식
"어떻게 오셨어요?"
"집 좀 구하려고요. 저 혼자 살 거고요."
"집이야 많지. 다 텅 비어서 그렇지. 찾는 집 있어요?"
"텅 빈 집 말고요. 사람이 살고 있는, 그러니까 관리가 좀 됐던 집이요. 평수는 상관없어요."
"그럼 우리 손님 같은 남자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하나 있는데, 거기부터 볼래요?"
이 시골깡촌에 오피스텔이 있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차가 벤츠라는 사실이 더 어울리지 않았다. 문수는 '부'를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 아닐까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벤츠를 타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이 근처에 반도체 회사가 있어서 오피스텔이 한 개 있어요. 꽤 괜찮을 거예요. 방 1, 거실 1, 화장실 1. 혼자 살기엔 딱이에요."
"반도체 회사가 있어요? 그럼 젊은이들도 적지 않게 살고 있겠네요."
"아니지. 누가 내려와서 살겠어요. 다 셔틀버스 타고 출퇴근해요. 1시간 30분 걸린다는데도 전부 서울로 가."
공인중개사의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일단 이 동네는 노인이 많으며, 젊은이들은 소수가 살며, 반도체 회사에 근무할 확률이 높다는 것. 벤츠를 타고 가는 것이 민망할 만큼 인프라가 전혀 없는 동네였다.
도착한 오피스텔은 공인중개사가 말한 대로 살만했다. 깨끗했고 집주인은 정말 잠만 자는 듯했다.
"어때요? 맘에 들어요?"
"네. 좋네요."
"바로 계약하실 거야?"
"아, 아니요. 제가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보증금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네요. 명함 하나 주실래요?"
"명함? 그런 거 없어. 이 동네에 부동산 나 밖에 없어. 다시 보고 싶으면 그냥 부동산에서 왔다고 하면 돼."
"감사합니다."
명함도 없는 부동산이라니. 정말 제대로 시골을 찾았군. 농촌이니 분쇄기도 많을 거고, 세 번째 연극 막을 올리는데 문제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송재식을 마주하기 전까지.
한 3일 간격을 두고 그 집을 다시 보기로 계획했다. 그동안은 여관에서 3일간 머물렀다. 여긴 시골이라 그런지 여관값도 정말 저렴했다.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도망쳐 온 신세라 지금 계획이 틀어져서는 큰일이 날 것이다. 문수는 그때처럼 배가 너무 고파지면 밖으로 나가 얼른 즉석식품을 사 오곤 했는데, 이번 방 호수는 101호. 카운터 옆이었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손님들과 마주치기 일쑤였다.
한 번도 문수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수보다도 허름한 행색의 남자 한 명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문수는 후드를 눌러쓰고 그 남자를 지나쳐 나갔는데, 그 남자의 목소리가 문수의 발목을 잡았다.
"저기요, 잠시만요."
"저요?"
"네. 혹시 천 원 있으시면 좀 빌려주세요. 제가 딱 천 원이 모자라서."
"저도 돈 없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수는 이내 천 원을 꺼내 그 남자 손에 쥐어줬다. 그 남자는 문수의 손을 유심히 봤다. 그러더니 문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문수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더 푹 숙였다.
느낌이 좋지 않은 문수는 꾸벅 인사를 하고 여관을 나섰다. 이미 여관 문을 나섰고 한참을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남자가 더 빠른 속도로 쫓아와 문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경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