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15. 최미나

by 수수

나답게? 그게 뭔데? 최미소의 속을 아직도 모르겠다. 명분 없는 살인은 없어. 상대가 화나게 하지 않아도 내 화가 치밀어 오를 명분쯤은 있어야지.


"나답게 없애달라...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회사에서 승계권 가지고 말이 많아. 정부 사이에서 태어난 내가 승계권을 갖는 게 말이 되냐고."


"그게 왜?"


"어머, 우리 통하는 게 있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아무튼 요즘 골치 아파. 신경 쓰기 싫어. 없애줘."


관심도 없던 최미소의 개인사를 들으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가족의 모습이었길래 정부가 낳은 자식이 첫째일까. 그 가족 안에서 자란 최미소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문수는 그냥 인간적으로 궁금해졌다.


"기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지금 너도 위험하거든. 여기가 워낙 시골이라 그렇지 너를 의심하는 경찰이 있어. 예전에 수사 잘못해서 인명사고 낸 경찰이라 아무도 그를 신뢰하고 있진 않지만."


"그 경찰 이름이 뭐야?"


"송재식. 워낙 막무가내라 나도 막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자, 김성진으로 살지, 김문수로 살지 정해. 내 제안 콜?"


문수는 명분도 없었고 더 이상 얻을 것도 없었다. 그냥 살인교사에 의한 살인범이 되는 것뿐이었다. 이미 김성진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살인범이지만.


"말 없는 거 보니 수락한 걸로 알게. 회사 승계에 방해만 안되게끔 해줘. 간단하지? 갈게."


"잠깐. 최미나 동선이나 기본적인 정보는 주고 가야지. 사람 하나 없애는 게 쉬운 줄 아냐?"


"유난은. 자, 네 말대로 최미나 동선과 출퇴근 시간이야. 친구도 없어서 회사랑 집 동선이 전부야. 그럼 끝. 부탁해."


최미소의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는 현관문 너머로 점점 멀어져 갔다.


문수의 손에는 쪽지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최미나의 이름, 핸드폰 번호, 출퇴근 시간과 자주 다니는 동선, SNS, 가장 친한 친구들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이 자그마한 쪽지 안에 최미나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쪽지를 가지고 그대로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한참을 생각한 문수는 김성진의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고는 오랜만에 말끔한 모습으로 오피스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최미나가 있는 장소, 목적은 최미나와의 대화.

적어도 최미나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했다.


문수는 최미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방법으로 최미소를 도우려는 생각이었다.


오후 8시.

회사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최미나를 발견한 문수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최미나의 길을 가로막았다.


"...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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