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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의  연애

by 한운희 Mar 25. 2025

이혼 후 10년 동안 아들 둘을 혼자 키웠다.

그 세월을 이루 말할 수는 없으나 어느새 아이들은

벌써 성인이 되었고 엄마는 조금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인의  소개로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이는 나보다 한 살 연하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내가 그러하듯 이혼 후 딸 둘을 책임지며 혼자 키워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호감이 갔다.

적어도 책임감과 성실함은 담보된 것 같아 이리저리 재보질  않은 이유이다.


어느덧 우리는 사귄 지 3년이 되었다.

둘 다 시행착오를 겪어서 그런지 우리 사이에는

큰 싸움  한 번이 없었다. 유난히 성격이 급한 나는

차에서 내릴 때에도 여행지에서 숙소를 나올 때에도  음식을 먹을 때에도 항상 선수를 치곤 했다.

처음엔 왜 이리 꾸물거리는지 답답할 때도 많았지만 예전 같으면 빨리빨리 하라고 여러 번 재촉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젠 그이의 성격이자 성향이라 생각하며 다름을 인정한다.


대충 옷을 벗어던져버리면 말없이 옷을 개고 화장실 불을 안 끄면 조용히 불을 꺼주고 가방 어깨끈이 꼬였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니

가끔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긴 해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런데 저번주에 불쑥 여행  날짜를 상의도

없이 정하고  숙소까지 미리 예약해 버린 나한테

그이가 화가 났던가 보다.

여행 가는 게 싫은 것이 아니라 사전에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계획을 정하고 통보한 사실이 못내

아쉽다는 속내를 비춘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나로서는 우리가 만난 지 3주년이기도 하고 정 시간이나 스케줄이 안 맞으면 다른 날로 조율을 하면 그만인데 그렇게 정색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 나는 나대로 마음이 상했다.


며칠 동안 그의 연락을 씹었다. 전화도 카톡도~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50인데 그렇게 사소한 일로 토라져버린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먼저 손내밀기가 어색해 연락을 하질 못했다.


드디어 3주년이 되는 날이다.

3월 24일

별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내게 기프티콘이 하나

날아왔다. 우리의 3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서로 사랑하며 아껴주며 행복하게 지내자라는

메시지와 함께~~


난 그에게 고마운 마음 이전에 미안한 마음이 먼

저 들었다. 속 좁은 여자 친구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나보다는 마음이 큰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싶다. 나보다는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관대한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했건만 미성숙한 자아가 불쑥 튀어 나왔으니

말이다.


2, 30 대처럼 불같지는 않으나 천천히 끓어오르는

구들장 같은 사랑, 사랑한다고 열렬히 외치지는 않으나 보기만 해도 편안한 사랑~!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항상 내 곁에서 지켜봐 주는 사랑,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 주는 사랑,  나보다는 상대를 더 배려해 주고 아껴주는 사랑~!!


내 나이 쉰 살...


나는 그러한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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