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두 둥두 둥두 휘몰아치는 휘모리장단
장소는 청주의 문화를 만드는 중심지. 청주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5동
1992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 청주 농악. 난 청주 농악을 전수받기로 한다.
자신이 정한 악기를 받는다. 난 북을 선택했다. 직접 개인 악기를 가져온 분도 계신다. 북끼리 모여 앉는다. 북 치는 사람만 열 명이다.
스승님은 채 잡는 방법, 북 놓는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셨다.
북은 손목으로 하는 악기가 아니라 어깨로 하는 악기다.
북을 놓는 방법. 북을 왼쪽으로 기울인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쪽으로 기울인다. 몸의 중심에 북을 위치시킨다.
북채는 칼 잡듯, 주먹을 쥐듯잡는다.
둥.
한껏 팔을 어깨 위로 올린다. 북을 향해 친다
북을 칠 때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수 있도록 친다. 너무 바짝 붙이지 않는다.
두.
살짝 대각선 방향으로 손목을 꺾어 내려친다. 두는 작은 반박이다.
스승님의 꽹과리 소리가 청아하다.
꽹과리는 꽤 어려운 악기였다. 장단이 쪼개져 외울 게 많다. 꽹과리 채는 팽이처럼 생겨 각도마다 소리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박자감도 필요하다.
스승님과 벗들의 꽹과리 소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날카롭다. 손에 익으면 더 청아한 소리가 나겠지? 응원한다. 나의 벗들이여.
난 박치니. 북 치는 게 맘이 편하다. 장구는 양팔로 해야 돼서 더 어려워 보인다. 두 팔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꽹과리의 주도하에 북을 울린다. 휘몰아치는 휘모리장단에 박자를 잃고, 멈춰 섰다. 스승님 눈치를 본다. 괜찮다고 하신다. 다시 쫓아가본다. 왜 이렇게 빠른지.
둥두 둥두 둥두 둥두.
모여 앉아 합을 맞춰본다. 북끼리 동그랗게 모여 합주를 해본다.
북소리가 둥둥둥둥 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둥둥두둥두 어긋났던 마음이 둥두 둥두 둥두 둥두 하나가 됐다.
이제 합주를 한다. 꽹과리, 장구, 북.
북을 치다 보면 둥두가 하나로 느껴진다.
듀듀듀.
자꾸 꽹과리보다 내 마음이 앞서 나간다.
북 치는 나의 벗들도 마음이 급해지나 보다 점점 빨라진다.
꽹과리는 지휘자다.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해야 하는데 북이 먼저 끝나 버렸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박자를 맞춰본다.
둥두 둥두
휘모리장단.
둥두를 여덟 번 반복해야 한다. 너무 헷갈려 커닝한다. 마치 PT체조에서 마지막 구령 붙이는 사람처럼 한 번 더 친다. 슬쩍 눈치를 본다. 스승님은 괜찮다고 하신다. 호랑이 선생님이었으면 도망갈뻔했다.
두 번째 리듬이다. 둥두 둥두 둥두.
세 번째 리듬은 너무 어렵다.
둥 둥둥 둥 --둥
들어가는 신호를 잘 맞춰야 한다.
절대음감이 아닌 나는 또 스리슬쩍 커닝하며 북을 내려친다.
난 계속 틀렸다.
끝날 때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왠지 다음 주엔 스승님께 들킬 것 같다. 연습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