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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잘잘못을 떠나서 다치면 손해.

by 여유

이래서 교통사고가 나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택시공제조합에서 빨리 합의하기를 원한다.

엄마는 한 달간 일을 하지 못했다. 사고 후 근무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다. 가게에 일이 쌓여 있었고,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던 엄마의 일터.

보험사에서 가게를 찾아왔다.


엄마의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멀쩡히 걷던 엄마의 다리는 짝짝이가 됐지만,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


택시공제조합에서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얼마를 생각하는지 먼저 물어봤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소장이 날아왔다.

이유는


엄마가 합의금을 제시했다.

물리치료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합의금을 타려는 수법이다.



합의금은 택시공제조합에서 먼저 제시했다. 돈을 바랐다면 택시기사를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택시 기사의 생계권을 생각해했던 행동들이 후회가 됐다.


물리치료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아프니까 받은 것이다.


합의금을 타려는 수법이다?

피해를 봤고 당연히 받아야 되는 것인데 무슨 죄라도 진 것처럼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




법원에서 고소장 작성자를 만났다.

서로의 중간점에서 합의를 봤다.

결론은 소상공인인 엄마의 소득 증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합의를 마치고 법원을 나가는 길.

택시공제조합 직원이 말을 건다.


직원 : 잘잘못을 떠나서 다치면 손해예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소득증거 없이 합의금 달라는 건 억지예요.


나 : 잘잘못? 우리가 잘못했다는 겁니까?

입장 바꿔? 그건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하는 소립니다!



직원은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참았던 화가 튀어나왔다.

한소리 하고 나니 시원했다.

그리고 한참 뒤 생각했다. 그 직원말이 맞다. 다치면 손해다.


그날의 일도 교통사고도 더 크게 번질 수도 있었다. 엄마가 손을 놓쳤다면. 다시 생각해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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