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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대화

by 여유

둘째 진상은 나름 셋째 때문에 고난을 치르고 있다. 셋째네가 가만히 있었으면 어머니를 안 모실 수 있었는데..



조용하고, 어둠이 내린 새벽.

진상은 쇠대문을 두드리며

형수를 찾았다. 잔뜩 술이 취해.


그동안 형수가 고생이 많으셨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는 소리는커녕 징징대기 바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 시시콜콜

할머니에 대한 얘기들.


우리 집에서 아빠와 엄마는 할머니를 엄마, 엄니라고 부른다.


둘째 부부는 어느 순간부터 노친네라는 용어를 썼다.


한참 징징거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화가 치민다. 주변 집들에게도 민폐다.



어느 날 여름.

그날은 아빠, 엄마, 진상이 밖에서 대화를 나눴다. 동네 작은 슈퍼. 평상 위에서 소주와 안주를 먹으며 동생에게 나름 친절을 베풀고 있던 아빠.


진상의 주특기는 징징대는척하며 돈자랑하기. 결국 돈자랑이다.

술도 먹었겠다. 진상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불쾌지수가 잔뜩 올라간 아빠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몸의 대화를 나눴다.


한동안 진상은 오지 않았다.

개 버릇 남 못준다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왔다.


그날 몸의 대화를 좀 더 심도 있고, 깊게 나눴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개 버릇 남 못 준다"

사람의 타고난 성격이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


"노친네" : 나이 든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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