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목화솜이불만 생각하면 엄마는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다.
외할머니는 열 명의 자식을 낳았다.
45세쯤 엄마를 낳았다. 막내딸이다.
요즘은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스무 살 전후면 다들 결혼했던 시기라 외할머니의 출산은 노산이었다.
늦둥이.
얼마나 늦었냐면 국민학교 담임 선생님이 큰오빠의 친구다.
엄마 친구들이 큰오빠에게
친구들 : 형, 오빠 안녕하세요.
큰 오빠: 형? 오빠? 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농담했을 정도다. 또 큰 언니는 시집을 가 아들을 낳았는데, 엄마와 조카는 한, 두 살 차이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가족들은 엄마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엄마 친구들은 아버지 술심부름, 깨 털기 각종 농사일에 동생까지 돌본다. 그것뿐일까? 밥도 짓고, 청소도 해야 했다. 엄마는 그런 게 없었다. 마냥 작은 귀여운 늦둥이 막내딸.
그 막내딸이 시집을 간다.
우리 딸 예쁘게 잘 봐주십사, 포근하게 잘 대해주십사. 엄마의 엄마는 두툼한 목화솜이불을 만들어 보냈다.
그걸 받은 친할머니는 단 한 번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셋째 아들이 결혼할 때 목화솜이불을 줬다.
사랑스러운 늦둥이 막내딸.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든 목화솜이불을 잃었다. 그리고 포근함 따위는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