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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탄생 신화

금덩이가 나오는 아이

by 여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는 친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할머니는 아들만 내리 셋을 낳았다. 그중 아빠는 첫 째였다.

그런 아빠와 결혼한 엄마는 아들을 낳았다.

그 후 2년 뒤 나를 낳았다.


나의 탄생은 할머니에게 희소식은 아니었다.
내리 아들 셋을 낳은 할머니는 나를 탐탁지 않아했다고 한다.


태어나서부터 나는 누군가에게는 탐탁지 않은 존재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달랐다.
아빠는 여자애가 태어났다고 동네잔치를 벌였다. 그런 잔치는 동네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기억은 안 나지만 난 그런 존재였다.


동네 큰 잔치를 벌일만한 그런 존재였다.
현수막은 걸렸나 모르겠다.
축) 공주님 탄생 동네 대잔치


딸의 출산 소식에 시골에서 달려온 외할머니와 식구들. 외할머니는 두 눈에 사랑스러운 나를 담았다고 한다. 자신이 낳은 아기가 아기를 낳았으니 얼마나 예쁘겠나!
사실 진짜 예뻤다. 땡그랗고 큰 눈, 새하얀 피부. 도톰한 입술.


지금은 역변했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친할머니는 외할머니께 질문했다.

친할머니 : 애가 예뻐요? 걔를 보면 금덩이가 나와요?
외할머니 : 애가 예쁘지, 안 예뻐요? 젖 잘 먹고, 똥 잘 싸면 됐지. 쳐다보면 금덩이가 나오는 애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똥대신 황금알 낳는 오리 같은 존재여야 했다.


한 13년?

엄마 회사 지인들이 주던 용돈 만 원과 하루 용돈 천 원. 과자 안 사 먹고, 아이스크림 안 사 먹은 그 돈.

내 피, 땀, 눈물이었던 연필 저금통.


그 연필 저금통은 할머니가 작은 집으로 가면서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 말대로 금덩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돈덩이가 나오는 아이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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