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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천국, 호주에서 달려보기 - 3. 태즈메이니아

자연 그대로에서 달려 보기

by 구르미

호주 여행의 세 번째 장소는 호주 본토 아래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다. 대한민국의 제주도 느낌이긴 한데, 실제 크기는 제주도의 34배 정도다. 남한 면적의 62% 정도라고 하니 전남/경남을 뺀 수준으로 스케일이 호주스럽다. 태즈메이니아를 간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연이었다. 섬이 크기 때문에 숙소를 3군데를 잡고 렌터카로 각각 3시간 수준의 이동을 해야 했기에 좁고 끝없이 굽은 도로, 좌측 통행으로 인한 운전 피로로 달릴만한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1. 코드락 (Cod Rock)


그래서 달리는 건 포기하고 있었는데, 펭귄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비체노 근처 숙소에서 밤에 별을 보고선 이곳이 너무 맘에 들어 새벽에 뛰면서 기억에 더 남기고 싶어졌다.

다음 날 또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야 했기에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숙소 바로 앞 레드빌 비치를 뛰기로 했다.

레드빌 비치의 좋은 점은 모래가 정말 단단하단 것이었다. 마치 트랙과 유사한 수준으로 모래가 단단해서 뛸 때 발이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기분 좋은 반발력까지 있었다.

슬슬 뛰다 보니 멀리 해가 뜨는 게 보였다. 그림 같은 구름과 쪼개지는 일출 그리고 파도.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뛰는 기분도 정말 좋았다. 브리즈번, 멜버른에서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지만, 외딴섬인 태즈메이니아에선 나 혼자 조용히 파도소리와 뛸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넓은 모래사장이 있었고, 사진에서 보이는 발자국처럼 발이 전혀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해변이 있다던데, 길이만 조금 더 길었다면 경비행기도 거뜬히 착륙할 수 있을 듯했다. 시간만 있었다면 한 시간 넘게도 뛸 수 있을 기분이었다.

10여분을 달려 중간 기점인 코드락(Cod Rock)에 도착해서 더 위로 올라간 해를 지켜봤다. 낮은 구름이 없었다면 더 장관이었겠지만, 그럼 눈이 부셔서 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처럼 뛰러 온 여행객과 너무 좋다며 인사를 나누고 다시 숙소로 뛰었다. 여기서 1박을 더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제는 바다를 오른편으로 두고 조금 더 밝아진 하늘을 보며 통통통 뛰어서 숙소로 향했다.


잠깐 쉬면서 있던 시간 포함 30분 정도로 짧은 러닝이었지만 청량한 공기와 파도소리, 상쾌한 바람에 너무 행복했던 러닝이었다. 누군가 태즈메이니아에 방문한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코스다.


https://youtu.be/SrFvD4v1tLY


2. 남미를 연상시키는 대자연 속 오래된 도시 '호바트'


호바트는 '인사이드 아웃' 영화에서 주인공이 샌프란시스코로 오면서 만나는 금문교처럼 웅장한 다리를 건너서 만날 수 있다. 고층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 대신 사람들이 많이 살아 산까지 집들이 즐비했다.

여긴 해변도 없고, 길도 다 좁아서 뛰기에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뛰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도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었기에 새벽에는 못 뛰고 대신 이번엔 해 질 녘에 뛰어보기로 했다.

해질 즈음하여 숙소 근처 부둣가를 따라 뛰었다. 옛날 도시라 그런지 언덕이 정말 많아서 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옛스런 건물들을 뛰면서 보는 게 즐거웠다. 여긴 태즈메이니아 대학교 건물인가 그랬다.

일반 건물들도 꼭 레고에서 나오는 옛날 건물 시리즈처럼 멋있었다.

분명 구글지도로 이정표를 찍고 갔었으나, 이상한 길로 들어서면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정말 길도 복잡하고, 길을 잃기 딱 좋은 구조였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든 덕에 한국사람들이 전혀 찾으러 오지 않을 법한 위치에 있던 '한국의 뜰'을 만날 수 있었다. 매화인지 벚꽃인지가 피어있었고, 한국적인 정원을 작게나마 만들어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 멈춰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다시 뛰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은 점점 깜깜해지고, 언덕에 있던 집들이 조명을 켜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간에 분기점에서 자칫하면 고속도로를 탈 뻔했다가 다행히 멈췄다. 고속도로 옆에 아주 작게 인도가 있어서, 하마터면 그 길 따라 뛰었다가 더 멀어졌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각 잡고 구글지도 보면서 생존 성공. 뛰다 보니 거의 한 시간을 뛰었다. 뭔가 생존이란 느낌이 들긴 했지만, 구석구석을 빠르게 투어 할 수 있어서 나름 재밌었다.

호바트를 끝으로 태즈메이니아를 마치고 이제 여행의 마무리 시드니 마라톤을 위해 마지막 국내선 비행이 남았다. 시드니는 또 어떤 경험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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