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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천국, 호주에서 달려보기 - 1. 브리즈번

강을 끼고있는 여유로운 도시 브리즈번

by 구르미

가족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2주라는 장기간 동안 휴가를 떠나게 되었고, 어느 나라를 갈지 여러 나라를 후보에 두고 고민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여행 중 짧게라도 뛰는 루틴을 이어가고 싶었다.


고민 끝에 결정된 여행지는 호주였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호주 마라톤의 일정과 겹쳐져 5km 마라톤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큰 명목상으론 여행의 끝에 예정된 조촐한 5km 마라톤이었지만 러너들에게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하는 호주에서 나도 아침에 함께 뛰며 여행 기간만큼은 현지인 같은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다행히 난 아침잠이 없었기에 도심 여행을 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러닝화를 신고 도심을 뛰었다. 코스는 이미 자기 전에 구글 지도로 살펴보고 가족들에게 미안해지지 않기 위해 아침 take-away가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주는 다들 아침형 인간인지 대부분 브런치 식당이 6시면 열고 맥도널드 같은 24시간 가게도 꽤 있어서 가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첫 러닝은 브리즈번


처음으로 도착한 도시는 위치상 이번 여행 중 가장 따뜻한 브리즈번이었다. 코알라를 보기 위한 론파인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해 온 도시로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한적하고 한국인들 사이에는 호주의 대전이라 불리며 노잼을 이라는 평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러닝 하기 가장 좋은 도시였다. 일단 인구 밀도가 낮았고 구불구불한 브리즈번강이 도시를 통과하고 있어서 내 숙소 기준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앞으로 가도 강이고 그 강에는 잘 닦인 도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엔 6시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았다. 비록 다들 무표정하고 웃으며 눈을 마주쳐도 대꾸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긴 했지만..

내가 묵었던 숙소는 3면이 강을 둘러 싸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 간 가슴거치대에 액션캠을 달고 새벽에 숙소를 떠났다. 생각해 둔 코스는 다리를 건너 강 너머에 갔다가 강을 따라 뛰다가 다시 강을 넘어와 공원을 도는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지만 뛰면서 지도를 계속 볼 순 없기에 적당히 사람들을 따라 뛰기로 했다.

아침 6시, 시내 도로는 한적했지만 러닝 하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건넜던 다리는 온전히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가기 위한 다리였고 길은 아주 넓고 바닥도 아주 깔끔했다. 사람들은 좌측통행으로 저마다 스타일로 뛰었다.

다리를 건너뛰다 보니 멋진 옛 건물이 반겨주었다. 책에서 본 듯한데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다시 다리를 건넜다.

반대편에서 뛰다 보니 뜨는 해가 건물에 비춰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뛰는 사람도 많았고 10도 정도 되는 날씨였지에 민소매에 숏츠를 입고 뛰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뛰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다. 한국이었으면 흐르는 땀에 금방 지쳤겠지만 여긴 달랐다.

강을 끼고 있는 근처 공원으로 이동했다. 여기도 길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고 다들 자신들만의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 자연을 그대로 남겨뒀다는 게 맞을 정도로 나무들은 우거져있고 동물들도 많았다. 특히 다양한 새들 소리에 귀가 즐거웠다.

보타닉 가든의 이름처럼 햇살을 한껏 받은 나무의 푸르름은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6km 정도를 달리고 브런치를 하나 사들고 첫 러닝을 마무리했다.


보이는 것, 뛰기 위한 인프라, 날씨까지 겹쳐 러닝을 마무리할 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조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지만, 그날 일정을 이걸로 마무리해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여기에 더 묵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브리즈번 러닝은 한 번으로 만족해야 했고, 다음 러닝은 멜버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나래이션도, 자막도 없지만 현장감 가득한 영상을 찍어 올려봤다.

https://youtu.be/FDPMeik19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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