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쩌다 보니 첫 마라톤이 호주 마라톤

마라톤 신청, 현지 훈련 시작

by 구르미

회사에서 오래 다녔다고 장기근속 휴가를 줬기에 어딜 가면 좋을까 하다가 휴가를 며칠 더 붙여서 호주를 다녀오기로 했다.


호주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마라톤은 생각도 없었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일요일 아침에 한국으로 출국 예정이었다. 나중에 마라톤 일정을 알게 됐지만 풀코스야 불가능하고, 10km는 일요일에 풀코스와 함께하기에 그냥 시드니 가면 그 코스를 따로 달려봐야지 했었는데, 여행 며칠 전 와이프에게 메시지가 왔다.


"토요일에 시드니에서 마라톤 한다는데 아침에 혼자 가볼래?"

"그거 나도 아는데 일요일 아냐?"

"토요일에 미니 코스로 5km 있다더라고. 그거 참석해 봐!"

"그럴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메시지를 받고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정말 토요일에 마라톤이 있었다. 괜히 솔깃해서 고민하다가 몇 단계를 더 가서 가격을 보니 75 호주달러였다. 한화로는 7만 원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이 정도면 적어도 티는 하나 주는데 그런 것 없이 달랑 메달만 준다. 괜히 기분 상해서 고민하다가.. 올해부터 호주 마라톤이 7대 마라톤이 됐다는 걸 보고 그냥 신청해 버렸다. 9월에 신청한 10km 동네 마라톤이 첫 마라톤이겠다 싶었는데 처음이 호주가 되다니.


괜한 흥분에 여행 출발 당일에도 아침에 뛰고 오후에 호주로 향했다. 시드니는 2주 여행의 마지막 도시라 처음 방문한 도시는 브리즈번.


브리즈번은 구불구불한 브리즈번 강을 끼고 있는 도시이고 중간중간에 넓은 공원, 그리고 강을 따라 산책로와 강을 가로지르는 도보 다리도 많았다.


비록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도착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눈을 떠 옷을 챙겨 입고 6시쯤 러닝을 나갔다. 이제 막 해가 뜨는 시간인데 가는 곳곳마다 러너가 정말 많았다. 나이대도 남녀노소 다양했고 다들 스스로 루틴에 맞춰 뛰는 듯했다. 계절이 정 반대인 호주이지만 북쪽인 브리즈번은 나름 시원한 수준이라 뛰기 딱 좋은 날씨였고 원랜 5km 정도 가볍게 뛰려고 했지만 뛰다 보니 6km가 넘었고 그 정도에서 정리하고 아침으로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해 집으로 향했다.

사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뛰기 좋은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것 때문에라도 호주에 살고 싶다는 기분?


아마 도시 여행이라 걷는 일정이 많아 다음 도시에서도 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론 아무리 힘들어도 꾸역꾸역 새벽에 일어나 달리러 나갈 듯싶다.


어찌 보면 큰 부담되지 않는 5km 대회지만 그래도 첫 대회이니 잘 준비해서 재밌게 뛰어봐야지.

keyword
이전 14화초보 러너의 여름철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