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도 좋지만 살고 보자
작년 겨울 러닝을 시작했으니, 이번 여름은 진지하게 달리기를 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계절이다. 봄에는 참 뛰기 좋았다. 공기도 선선하고 해도 부드러웠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해는 새벽부터 떠올라, 이른 시간에 나와도 왠지 늦잠 잔 기분이 들고, 햇빛은 눈이 부실 만큼 강했다. 무엇보다 땀이 폭포처럼 쏟아져 탈진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날씨를 핑계로 러닝을 쉴 수는 없다. 쉴 마음도 없었다. 대신 초보답게, 조금은 더 안전하게 한여름을 달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계절 내내 편하고 날씨 영향을 덜 받는 러닝 방법이 있다. 바로 트레드밀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마치 꿈속을 달리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명상에 빠진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단점도 있다. 트레드밀은 내 의지가 아닌, 기계가 정한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 능력을 기르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이번 여름엔 주중 4일은 트레드밀, 주말 하루는 야외 러닝을 했는데, 야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이 속도가 맞나?” 하는 감각이었다. 내 힘으로 꾸준히 속도를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소에는 공원 트랙이나 산책로를 달렸다. 길이 잘 정비돼 있어 발목과 무릎 부담이 적다. 하지만 여름엔 새벽에도 금세 더워진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서 달릴 수 있는 트레일 러닝이다. 둘레길이나 산속 코스라면 햇빛을 피하면서 달릴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일반 러닝화로는 바닥이 쉽게 상할 수 있으니 트레일화나 일반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또 트레일은 오르막과 울퉁불퉁한 길이 많아 평지보다 힘이 더 든다. 거리를 무리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밤에도 덥지만, 낮보다는 훨씬 낫다. 무엇보다 태양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평소 달리던 코스를 밤에 달리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다만 어두운 길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밟고 발목이나 무릎 부상 위험이 있으니 바닥을 잘 살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한강 야간 러닝에 도전해 보고 싶다. 비록 집에서 멀지만, 불빛과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매일 달려야만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러닝에 필요한 근육을 다른 운동으로 키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중 추천하고 싶은 것이 계단 오르기다. 헬스장에 있다면 ‘천국의 계단’ 머신을 이용해도 좋고, 없으면 실제 계단을 타면 된다. 올라갈 때는 힘껏 뛰어오르고, 내려올 때는 무릎 보호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내려가는 동작은 올라가는 것보다 무릎에 훨씬 더 큰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다양한 근육을 고르게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달리기 직전 충분히 물을 마시되, 바로 뛸 경우 속이 울렁거릴 수 있으니 잠시 기다린 뒤 시작한다. 갈증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보충해야 급격한 체력 소진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날씨에 물을 들고뛰는 것도 무리가 있으니 최대한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뛰고 갈증 난다면 그만 뛰고 편의점 같은 곳에 들러 수분 보충하고 집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땀이 눈으로 흘러내려가면 정말 불편하다. 미리 챙겨간 수건으로 닦을 수도 있지만 여름에는 흘러내리는 빈도가 정말 많이 늘어서 시도 때도 없이 닦아줘야 한다. 그러다가 찾게 된 것이 헤어밴드나 땀을 흡수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기능성 모자이다. 귀찮더라도 항상 러닝 할 때 챙겨가는데, 이젠 없으면 어떻게 달리나 걱정될 정도이다. 기능성 모자는 땀도 흡수해 주고 눈부심도 막아주니 1석2조라 많이 들 쓰는 듯하다. 근데 난 이상하게 모자는 머리를 누르는 게 불편해 헤어밴드를 더 선호한다.
여름철에 무턱대고 뛰다가 쓰러지는 사고가 간혹 발생하는데, 그때 경험을 들어보면 대략 이렇게 들 말했던 것 같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고 땀이 갑자기 많이 나기 시작하고 땀이 더 끈적해지는 느낌이 나더니 어지러워 쓰러졌다.'
사실 체온을 달리면서 측정하긴 어렵지만 스포츠 워치를 차고 있다면 심박수는 체크할 수 있다. 온열질환이 올 경우 심장은 빠르게 뛰고 땀도 계속 방출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전해질이 부족해지고 쓰러지게 된다. 만약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아졌다면 욕심을 버리고 달리기를 멈춰야 한다. 평소와 다른 느낌은 몸의 경고 신호다.
야외서 뛸 경우 부딪히게 될 태양은 피부에는 정말 가혹한데, 이를 피하기 위해선 뛰기 전 무조건 선크림 바르는 걸 생활화해야 한다. 또한 눈도 장시간 밝을 때 달리게 되면 금방 피곤해지니 선글라스 착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름 러닝은 초보 러너에게 혹독하지만, 그만큼 성장의 속도도 빠르다. 무작정 달리지 말고, 시간과 코스를 계획해 안전하게 달리자. 그리고 언젠가, 이 뜨겁고 숨 가쁜 계절을 지나온 자신을 뿌듯하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건강이란 걸 잊지 말자. 새벽이어도 날이 너무 덥다면 다른 근육 운동을 하는 게 낫다. 우린 건강을 위해 뛰는 거지 뛰기 위해 건강을 쓰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