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Beautiful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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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마치 평행 우주를 여행하듯 끝없이 꿈을 꿔서 10시 넘어서 일어났지만 몸이 너무 피곤했다. 어제 모임에 같이 가주는 대신 오늘 수업을 안 하기로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잘된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시체처럼 가만히 있어야지.

쌤에게 잘 들어갔냐는 문자를 보낼까 하다가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서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가 왔다.


'은영님,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수업은 안 하지만 대신 영어 노래 하나 미리 예습해 주세요. 노래 제목은 You're Beautiful이에요.'

'네 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치밀하다. 빈틈이 너무 없다. 7살이나 동생인데, 왜 내가 동생인 것 같지?

평소 같았으면 저 문자는 그대로 무시하고 다음 수업 때에 변명을 늘어놓으며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근데 좀 궁금했다. 무슨 노래지? 내가 예쁘다고?


컴퓨터를 켜면 항상 바로 맞고였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안 빠지고 네이버에서 You're Beautiful를 검색해 봤다. 빌보드 차트 1위. 아, 그렇지. 그냥 1위라서 보냈나 보네. 역시.


소리바다를 켜고 You're Beautiful을 검색해서 다운로드하여서 틀어봤다.


'My life is brilliant

My love is pure

I saw an angel

Of that I'm sure

She smiled at me on the subway

She was with another man

But I won't lose no sleep on that

Cause I've got a plan'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이 노래!'라고 하며 반복 재생을 걸고 자연스럽게 피망 맞고를 켜서 맞고를 달렸다. 뭔가 팝송과 함께 맞고를 치니 내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벌써 한주가 지나갔고, 약속된 과외 날이 되었다.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라고 생각했지만, 쌤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듯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었다. 물어보니 초등학생 영어 과외도 해본 적이 있었다고.. 뭐, 나에게는 딱 맞춤이네!


처음 몇 주는 영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어려운 문법이 아니라 회화 중심으로 배워서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누가 봐도 은영님은 아시아 사람이라서, 굳이 발음 멋있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대신 어떻게든 말을 해봐야 늘어요."


그래서 쌤은 항상 수업 마지막에 나에게 영어로 질문을 했다.


"What's your hobby?", "What's your favorite baseball team?", "What will you do on this weekend?"..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이 질문을 받았는데, 난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How was your 20's?"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고 몇 개 단어를 찾아본 후 더듬더듬 영어로 대답했다.


"It was a terrible and gloomy day. My dad passed away when I was in my early 20s. After that… my mom got sick. I was afraid that if I left her, she would die too."


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I was in the hospital all day. That's why… I feel like I lost my twenties."


"힘들었겠어요."


그가 가방에서 손수건과 캔커피 하나를 꺼내 주었다.


"잠시 쉬면서 커피 한잔 할까요? 마침 2캔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고, 우린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그날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그날 이후, 난 그에게 조금은 더 솔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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