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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후보자를 뽑는 방법

극한 미션, 30분 내에 후보자를 판단하라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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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신입 채용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동안 우리 부서의 경력직 면접은 꾸준히 봐왔지만, 전사 배치 예정인 신입을 면접하는 건 처음이었다.


경력직을 면접할 때도, '이 사람이 도움이 될까 아닐까' 판단하는 데 30분이 빠듯해 늘 고생이었는데…

신입이라니. 경력직은 업무 경험이라도 물어보면 되지, 신입은 도대체 뭘 물어봐야 하지?


문득 예전, 경력직 면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려 한다.


1. 서류 면접 – 서류에서 시작되는 직감


당시 나는 새로운 사업부의 개발팀의 초창기 멤버로 열심히 팀을 만들고 있었다. 사업부 자체가 새로 생기다 보니, 당연히 사람도 새로 뽑아야 했다. 인사팀에 타 부서 인원 전배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내 희망과는 조금 달랐다.


“르미 차장님, 타 부서도 사람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 보내주는 인원도 간신히 설득한 거라, 경력직으로 채우셔야 할 것 같아요.”


망했다.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사람, 그것도 단시간에 다섯 명이나 채워야 했다.


채용의 시작은 서류 검토.

신입 채용은 블라인드 서류가 일반적이지만, 경력직은 그렇지 않다. 출신 학교, 전공, 경력 회사, 수행했던 프로젝트까지 모두 드러난다. 사실상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합쳐진 형태다.


서류만 잘 봐도 ‘우리와 맞을지’는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조금 더 자세히 보는 유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중소기업 출신 스타플레이어 형'이다.


경력은 4년인데, 해온 업무는 8년 차에 버금간다? 대개 이런 경우는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출신이다.

이 일 저 일 다 떠맡아야 했기에 업무 이력이 화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단순히 ‘일을 했다’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어느 수준까지 이해하고 해냈는지다. 자칫 '허언증'으로 소설을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서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동묘시장에 쌓여있는 옷더미에서 청년 핫템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면접 T/O 여유만 있으면 면접까지는 올려보는 편이다. 어차피 10분만 이야기해 봐도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감이 오니까. 그리고… 어쩌면 ‘보석’을 캘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고.

** 사실 큰 기대를 갖고 면접으로 올려 보지만 실패한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그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


또 한 가지 유형은 박사로 갖 졸업한 'Fresh 박사' 다.


실무 경험은 없지만, 최소 5년 이상 연구실에서 갈고닦은 지식은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현실 업무와의 거리감이 문제다.

최근 AI처럼 산업에서 바로 활용되는 분야라면 몰라도,

기초 연구 위주의 전공은 업무 연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관성이 낮은 박사 출신은 아무리 좋은 학교여도 우선순위는 낮다.


반면에 가장 고민이 덜 되는 건 '메이저 기업 출신'이다.


큰 회사에서 기본적인 시스템과 절차에 익숙해져 있어 적응 속도가 빠르다. 그 회사의 시스템으로 뽑혔다는 것 자체도 신뢰도를 높여준다. 다만 면접 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왜 그 회사를 나왔나요?”


이유가 명확하지 않거나, 조직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그 문제가 이곳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2. 기술 면접 – ‘면접은 소개팅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는 참 즐겁다. 특히 나와 비슷한 업무를 했던 사람과 하는 일 이야기는 내적 친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면접도 이 사람에 대한 평가를 안 해도 된다면 참 재밌는 시간이지만, 면접은 시간제한도 있고, 누구를 뽑을지 최종 결정도 내려야 한다.


그래서 후보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자기소개는 5분 정도로 짧게 진행하고, 대부분을 질문으로 이어간다.


질문은 공통 질문이 있고, 맞춤형 질문이 있다.


공통 질문은 많이 받아봤을 법한, '기존에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업무는 무엇이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해 주세요.' 정도이다. 즉, 경력에 대한 질문이 위주가 된다. 처했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듣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있고, 고민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맞춤형 질문은, 기존에 했던 Trouble shooting 외에 내가 일부러 상황을 제시한다. 이 case는 기존에 우리 회사에서 있었던 사례를 조금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지어낸 게 아닌 것 같아야 후보자도 더 집중해서 답이 가능하고, 나도 시행착오를 기억하기에 답변에 대해서 평가가 용이하다. 이런 유형을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 '허언증' 타입의 후보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그냥 일을 해왔던 사람은 제시했던 이슈에 대해 전혀 어이없는 답을 하는 경우가 많거나 모호하게 답하며 회피한다.


만약 공통과 맞춤형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마지막으로 최신 기술에 대한 질문을 한다.

"후보자님,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OOO 기술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과 사용했던 경험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답을 못할 경우가 더 많다. 이 대답을 통해 합/불이 결정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최신 기술에 계속 관심을 갖는 사람을 선호한다. 왜냐면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개선을 진행할 때 기존과 다른 대안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서사는 경력기술서로 먼저 보면 충분하다. 대신 후보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해야 빈 수레가 요란한 경우를 피할 수 있다.


또한 넘길 수 없는 부분 중 한 가지는 팀워크다. 그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단순히 '개발했다'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협업했고, 어떤 식으로 기획자나 운영자와 커뮤니케이션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경력직 채용은 실력뿐 아니라 '조직 적응력'이 중요한데,

그건 기술보다도 말투와 태도에서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니 유심히 봐야 한다.

굳이 사람하나 추가하자고 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다.


3. 최종 결정 - 결국은 사람


서류에서 숫자를 보고, 면접에서 경험을 듣는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을 본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다. 업무는 익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팀 안에서 반드시 드러난다.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내가 늘 마음속으로 묻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이 사람과 내가 한 프로젝트를 3개월 동안 같이 해도 괜찮을까?”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사람은 나에게 숨기지 않고 얘기할 수 있을까?”

“같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감정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실제로 실패한 채용의 대부분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태도 불일치'에서 시작되었다.


한 번은 이력도 좋고, 면접도 매끄러웠던 한 지원자를 채용한 적이 있다.

업무는 빨랐고 결과도 깔끔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하나 둘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말은 공손한데, 뭔가 자기 말만 해요.”

“협업이 힘들어요. 내 의견이 반영된 적이 없어요.”

“문제가 생겨도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뒤늦게 터져요.”


결국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을 종료했다.

회사로서도 손해였고, 팀 전체 분위기도 잠시 흔들렸다.


그래서 지금은 ‘좋은 사람’에 대한 내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보다, 솔직한 피드백을 기꺼이 주고받는 사람.

혼자 뛰는 사람보다, 속도는 다소 느려도 함께 걷는 사람.

자기 자랑보다는, 동료의 수고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함께할 때, 팀은 오래간다.

그리고 결국 그런 팀이 가장 큰 성과를 낸다.


‘최고의 후보자’란

결국 ‘최고의 후보자’란, 스펙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우리 팀과 같은 리듬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

필요할 때 서로를 믿고 기대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면접은 짧고, 함께 일하는 시간은 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면접관 자리에 앉을 때마다 이 질문을 마음에 새긴다.


“이 사람과 나는, 같은 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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