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분리수거 중입니다.

감정은 폐기가 아니라 재탄생이다.

by 본조잘

이 글은 <마음의 delete키가 간절해지는 순간>에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아주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오가며 살아간다.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에서부터, 감정이 넘쳐흐르는 정서적 과잉까지 말이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선택을 한 뒤에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늘 조금씩 남아 내 안에 쌓여간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더 복잡해지고,
지우지 못한,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은 그대로 축적된다.

40이라는 나이의 경계를 넘어가며 정리되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딱딱한 화석이 된 것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성인이 되어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았던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내 가정을 이루며
새로운 역할로서 살아온 시간,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현재의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인생의 한가운데서 잠시 방향을 잃은 듯 느껴졌다.

깊고 깊은 생각의 수렁에서 많은 감정과 경험들이
떠 올랐고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꺼내어 들여다보고
정리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의지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먼지 쌓인 창고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어 후후 불어가며 먼지를 털어내고
'이건 뭐였더라?' '아! 맞아 이거 기억난다~' 하고
들여다보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정리하며 분리수거하듯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과 경험을 정리해 나가다 보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가 보이는 듯했다.
정답일지 오답일지 알 수 없지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어디인가?

분리수거는 단순한 폐기가 아니라
재탄생을 위한 순환의 과정이다.
버려질 것은 버려지고, 다시 쓰일 것은 새로운 의미로 돌아온다.
우리가 평생 느끼고 살아가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감정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을 거쳐 다시 쓰일 때 비로소 삶의 이로움이 된다.

분노와 미련, 후회와 안도, 슬픔 같은 감정들을
버릴 것과 남길 것으로 나누며
균형을 다시 잡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다시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중요한 재료가 되는 것이다.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의 과정.

자신의 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 서 있는 누군가에게
오늘 나의 이 글이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나를 위한 감정 분리수거.

여러분은 지금 어떤 감정을 분리수거하고 싶으신가요?

다음 글에서는 내 감정의 쓸모를 다시 정의하고 난 후 타인에게 휘둘리던 기준들이 하나둘 사라지며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선택한 가장 단단한 말,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사고의 유연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오늘도 긴 글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의 하루가 평안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