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도 있는 천사들
“선생님, 제 이름 뭐게요?”
1학년 여학생이 보건실 의자에 앉아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게 톡 건드리면 눈에서 별사탕이 쏟아질 것 같다.
“.... 모르겠는데.”
“왜요? 전에도 한번 왔었어요.”
한번? 그러니까 모르지. 우리 학교는 전교생 수가 1,200명이 넘었다. 한번 온 걸로는 큰 사건이 아니고서야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이름을 기억 못 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타고나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잘 연결하지 못했다. 얼굴을 보면 몇 학년인지, 어디가 아팠는지는 기억이 났다. 다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양희은 씨가 방송에서 자주 하던 말이 떠오른다. 넌 이름이 뭐니?
얼마 전, 사탕이는 쉬는 시간에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계단에서 뛰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였다.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놀려면 빨리 나가야 해요. 금방 종 쳐요."
1학년의 봄은 유치원생에서 학생이 되어가는 애씀의 계절이다. 유치원에서 마음껏 뛰놀던 아이가 종이 치면 자리에 앉아야 하고, 새로운 교칙을 하나씩 배워 간다. 겨우내 흙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씨앗에 봄비가 스며들면 싹이 돋듯,어린이는 힘껏 자신을 틔워낸다. 사탕이는 학교의 질서 속에서 서툴지만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듯이 보였다.
"오늘은 어디가 아파서 왔어?"
"복도에서 술래잡기하다가 넘어졌어요. 도망가려는데 친구가 너무 빨랐어요."
쉬는 시간 1분 1초가 아쉬웠던 걸까? 사탕이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복도에서 놀았다.
"복도는 좁아서 뛰어다니면 안돼. 다른 친구랑 부딪혀서 다치잖아. 술래잡기는 운동장에서 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 발끝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 네 " 하고 대답했다. 팔꿈치의 상처에 연고를 바른 후 밴드를 붙였다. 사탕이는 자기 팔에 붙은 밴드를 만져보더니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보건실을 나가는 듯 하더니 문 앞에 서서 나를 돌아봤다.
"선생님!"
목소리가 어찌나 씩씩한지, 나는 보건일지에 이름을 적다가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 응? "
"선생님도 다치지 마세요."
녀석은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크게 좌우로 흔들었다. 해맑게 웃는 눈에서 별사탕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듣는 말.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건넸던 말.
다치지 말렴.
이름보다 따뜻한 말로 먼저 다가온 아이.
"그래. 유빈이도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