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몸무게 재고 가도 돼요?"
5학년 남학생 준수가 아침부터 보건실을 찾아왔다. 보건실에는 키와 몸무게를 함께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 보통은 수업이 끝난 뒤 사용하지만, 준수의 표정이 어딘가 간절해 보여 그러라고 했다.
"선생님,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죠?"
"고장 안 났어, 준수야. 무슨 일 있어?"
준수는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아이였다. 말수가 적고, 입이 오리처럼 살짝 앞으로 나와 귀여웠다. 보건실에도 자주 들러서 익숙한 아이였다.
4학년 무렵부터 체중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고도비만에 해당할 정도가 되었다. 키는 크지만 과하게 늘어난 체중을 보면 늘 걱정이 됐다. 건강에 좋지 않을 텐데....
그날 이후 준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보건실에 들러 체중을 쟀다. 중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다이어트하던 여학생들이 보건실에 자주 들르곤 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그것도 하루에 세 번씩 체중을 재러 오는 건 처음이었다. 아침, 점심, 하교 시간.... 무언가 이상했다.
'준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어느 날, 점심시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수가 보건실에 왔다.
'점심을 안 먹었다는 뜻이겠지....'
"준수야. 무슨 일 있는 거지? 선생님이 도와줄게. 얘기해봐."
한참을 망설이던 준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이번 가을에 학교 운동시합에 나가야 해요. 그런데 감독님이 살 안빼면 안 데려가신대요. 그래서 다이어트 중이에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을 재는 거야? 점심은 먹고 있는 거니?”
“조금 먹어요… 근데 살 못 뺄까 봐 걱정돼서 입맛도 없고…”
“그 시합이 그렇게 중요해?”
준수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가....수술을 하셔야 해요. 근데 제가 시합 나가는 거 보고 수술 들어가신다고.... 지금까지 미루고 계세요. 엄마한테 제가 뛰는 거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준수가 울었다.
키도 덩치도 나보다 큰 아이지만, 얼굴은 아직 1학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그 아기 같은 얼굴로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보자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날 오후, 감독님을 찾아가 준수 이야기를 전했다. 감독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수가 체중이 많이 늘어서 건강이 걱정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고, 무릎관절도 좋지 않아요. 단순한 체중 감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리하게 굶지 않도록 제가 매일 챙겨보고 있어요.”
나는 그날부터 준수를 매일 보건실에 들리도록 했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괜찮다는 말을 계속 해줬다. 담임 선생님께도 준수의 상황을 알려, 점심을 챙겨먹는지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몇달 뒤, 준수는 학교대표로 시합에 나갔다. 원래도 키가 컸던 아이라 체중이 빠지고 나니 훤칠하고 멋져 보였다. 시합 후 준수를 만나서 물으니, 엄마가 너무 기뻐하셨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엄마의 응원을 받으며 날아다녔을 아이를 떠올리니 가슴이 뭉클했다.
시합이 끝난 후에도 준수는 체중관리를 계속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
졸업할 무렵의 준수는 멋진 소년이 되어 있었다. 살이 빠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낸 그 마음이 소년을 성장시켰다.
툭 튀어나온 입이 귀여웠던 1학년의 아기 오리는,
이제 제 날개로 멋지게 날 준비를 마친,
늠름한 새가 되어 있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더 높이 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