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 후—하—.”

by 다다쌤

단발머리에 마른 몸, 어딘가 슬퍼보이는 눈빛. 유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 아이가 사슴 같다고 생각했다. 6학년 2학기, 어중간 한 시기에 전학을 온 유미는 금새 보건실 단골이 되었다.


"선생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 가슴도 답답하고... 숨 쉬기 힘들어요."

유미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 쪽 옷깃을 꼭 잡았다. 나는 아이를 의자에 앉힌 후, 손가락에 산소포화도측정기를 끼웠다.


분당 심박수 170회


정상 심박수는 분당 80~100회이다.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심박수가 올라가지만, 유미는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었을 뿐이다. 뭔가 이상했다. 어머니에게 얼른 전화를 걸었다.


“큰 병원에서 심장초음파와 심전도검사를 했지만 정상이래요. 의사 선생님이 신경성이라고 하셨어요. 보건실에서 조금 쉬게 해주세요. 안정되면 괜찮아 질 거에요.”


정말 그랬다. 아이를 다독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호흡과 심박수가 진정됐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 이전학교 보건교사에게 문의했더니, 그곳에서도 매일 같은 증상으로 보건실을 찾았다고 했다. 그저 옆에서 안정되길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이었다.


‘마음의 불안이 원인일지도 몰라.'

담임선생님과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알게 된 사실은 이랬다.
유미는 이전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따돌림을 겪었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빈맥·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시작되었다. 매일 증상이 반복되자 수업을 듣기 힘들었고, 조퇴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결국 우리학교로 전학을 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길에서 이전 친구들을 마주치게 되었고 증상이 심해진 것이다.


하루는 빈맥과 부정맥 증상이 심해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상태를 살펴보던 구급대원이 유미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을 건넸다.


“어릴 땐 누구나 위기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아저씨도 어렸을 때 교실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미친 듯 뛰어서 이러다 쓰러지겠구나 싶었던 적이 있단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 건강한 몸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있지. 그러니 너도 지금 이 순간에만 너무 빠져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픔이 이어지는 것처럼. 유미는 그 시간 속에 갖혀있는 것 같았다.


유미가 전학온지 두 달쯤 됐을 때, 보건실을 방문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요즘은 통 보이지 않네.'


나는 유미도 볼겸,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교실 앞 책상에 앉아 계셨고, 아이들은 집에 가기 위해 저마다 책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던 중, 유미가 종종 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디가 불편한지 얼굴을 찡그리면서.


“선생님, 저 가슴이 답답해요.”


담임선생님은 일어나 유미의 두 손을 살풋이 잡았다.


“유미야, 선생님 따라 해보자."


선생님은 눈을 반짝이며 유미를 마주봤다. 입술은 동그랗게 오므리면서.


"후—하—, 후—하—.”

“후—하—, 후—하—.”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이 함께 하늘 위로 크게 올랐다 내려왔다.
숨을 들이쉴 땐 입을 크게 벌리고, 내쉴 땐 입술을 오므리며 길게 내뱉었다.
순간, 교실은 다른 아이들의 소음조차 사라지고 두 사람만의 공간처럼 보였다.


“후—하—, 후—하—.”

“후—하—, 후—하—.”


잠시 후, 유미는 진정된 듯 선생님의 손을 놓았다.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웃어주었다.


“거봐, 괜찮지? 심장이 빨리 뛰어도 괜찮아. 그럴 땐 아까처럼 크게 숨을 쉬면 돼. 그럼 안정돼.”


그날 이후로도 유미는 가끔 빈맥 증상을 겪었지만, 예전처럼 “조퇴시켜주세요. 병원에 보내주세요.”라고 말하진 않았다. 대신 스스로 교실 앞으로 나와, 선생님과 했던 그 호흡을 반복했다.

아이는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을 피해 달아나는 대신, 조절해보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다.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스리려는 작은 시도 속에서 유미는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때로 눈에 띄게 자라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던 그 호흡이 언젠가 유미에게 또 다른 위기를 견디게 해 줄 힘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그날 두사람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참으로 따스했던, 두 사람만의 공간이 존재했던 그 시간을.

이전 04화보건실에 자러 와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