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반창고
" 오메, 나 죽네. "
오전 9시
눈꺼풀은 무겁고, 몸은 축 늘어졌다. 진액이 다 빠져 쪼글쪼글 해진 매실장아찌 같달까. 보건교사인 내가 아프면 안 되는데.... 몸살일까, 감기일까. 자가진단을 하기 위해 카트에서 체온계를 꺼냈다. 열을 재보니 ‘36.5도’라고 뜬다. 지극히 정상이다.
교실에서 몇차례 보건 수업을 한 후, 보건실로 찾아온 아이들을 치료했다. 열은 없지만 혹시 감기 초기일지도 몰라 마스크를 계속 썼다. 아이들에게 옮길 수는 없으니까. 몸도 피곤한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려니, 숨이 차고 답답하다.
오후 3시.
6교시를 마치고, 많은 아이가 하교하는 시간. 그사이 매실 장아찌는 더 시들시들 해졌다. 푸르고 싱싱하던 연둣빛은 온데간데 없고, 거무죽죽한 낯빛만 남았다. 보건실 한켠의 약장을 바라봤다. 저기 어딘가에 내게 필요한 약이 있을까.
" 아, 그게 있었지. "
재빨리 책상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 서랍 깊숙한 곳에 고이 넣어둔 노란 포장지. 병원에서 근무할 때, 선배들이 '보약'이라며 타 주던 맥심. 오늘은 그걸 꺼낼 차례다.
포장을 가볍게 뜯고, 전기포트의 전원을 켰다. 물이 보글보글 끓자 컵에 붓고, 티스푼으로 살살 저어 진한 커피 한잔을 완성했다. 적은 양의 물로 만든 찐한 갈색 커피.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 보건실에서 달인 보약 완성이요. "
꼴깍, 꼴깍.
아, 이맛이지.
이제 좀 살 것 같다.
보건실 약장에 있는 그 어떤 약도 지금은 필요 없다. 오늘의 보약은, 달달한 맥심 한잔.
평소엔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나지만, 몸이 녹진하니 피곤할 땐 맥심만 한 게 없다.
아이들한테 " 편의점 자주 가지 마라" , " 인스턴트 음식, 단 음료 너무 많이 먹지마라" 잔소리하지만... 나도 이럴 땐 예외다.
그런데 말이지, 얘들아.
매일 먹으면 그 맛도 사라져.
가끔이니까, 더 맛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