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l 7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 전까지 약 사흘간의 여유가 있었다. 여행에서는 자칭 무계획 J인 나는 그동안 네팔의 일상을 느꼈다.
되돌아보면 모든 게 사랑이었다.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날도 특히 그랬다. 페와 호수 앞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가족과 트레킹 내내 함께한 포터들, 윈드폴 사장님을 비롯해 마주한 모든 이들을 돌이켜볼 만한 고요함을 얻었고, 포카라를 떠나기 직전에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었던 것, 심지어 맛있었기에 치즈케이크를 먹는 순간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방인인 내 눈에도 좋은 소식의 축하임에 틀림없는 장면을 보면서 사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카트만두로 다시 돌아왔다. 가족 선물과 지인들에게 줄 립밤을 사면서 타멜 거리에서 정신없이 쇼핑을 했다. 나는 어쩌면 타멜거리에서 구매한 건 지인들에게 나눠 줄 립밤이 아닌 사랑을 구매한 것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네팔에서 경험한 것 중 제일 압도적이었던 건 희한하게 히말라야도, 트레킹도 아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보게 된 이름 모를 신께 기도를 올리고 의식을 받는 모습이 가장 뇌리에 박혀있다.
신이란 무엇일까. 신의 존재는 나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태어나기 전부터 기독교였던 나는 신이 없는 삶을 잘 모른다. 좋은 일이 생겨도 주님께 감사하며 기뻐하고, 슬프거나 낙담하는 일도 다 감당할 만한 일이라며 이 또한 지나간다고 생각해 본 게 여러 번이다. 안타깝게도 요즘 이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사랑이 없어졌다’
핑계겠지만 신의 테두리에서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건 나의 피부 문제가 한 몫한다. 시도 때도 없이 뒤집어지는 얼굴로 인해 비관적인 사람이 되었고, 짜증이 잔뜩 늘었다. 모자나 마스크는 외출 필수템이며 사람이 아예 많거나 없는 곳을 가려고 한다. 예민해진 피부 탓에 성격도 더 예민해져서 주변을 불편하게 하고 그들을 챙길 여유도 사라졌다. 지금 나의 상태도 다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이 또한 정말 지나갈까.
‘Love never fails’
사랑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사랑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에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할 걸 알기에 두려움이 앞선다. 사랑이 많은 아이에서 사랑을 증오하게 된 이 지경까지 온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무너진다면 또다시 나를 일으켜줄 것이다. 내가 믿는 신과 가족과 친구들과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인 지금 나는 또 얼마 안 가 무너질 결심을 해야 한다. 또다시 사랑하기로.
네팔을 다녀오고 약 3개월이 지나 깨달았다.
네팔은 나에게 ‘사랑’을 남겨주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