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여가수

by 김작가a

육영수의 빈자리

박정희는 육영수를 잃은 이후 달라졌다. 1974년 8월 15일, 문세광의 총탄은 대통령을 향했지만, 영수를 앗아갔다. 그날 이후, 박정희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말수가 줄었고, 밤마다 술을 마셨으며, 사람을 믿지 않았다. 청와대는 침묵의 궁전이 되었고, 궁정동 안가는 그의 피난처가 되었다. 김재규는 그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는 박정희의 충신이었지만, 동시에 관찰자였다. 그는 대통령의 눈빛에서 불안과 공허를 읽었고, 그 공허가 점점 권력의 폭력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차지철은 그 틈을 파고들었고, 박정희의 곁을 장악했다. 김재규는 점점 밀려났다.

노래하는 여가수

그날 밤, 궁정동 안가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심수봉. 그녀는 대통령의 요청으로 초대되었다. 그녀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박정희는 술잔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양, ‘그때 그 사람’ 불러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노래를 시작했다. 그 노래는 육영수를 위한 노래였다. 박정희는 눈을 감았고, 김재규는 그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난 후, 박정희는 말했다. “영수는… 나를 떠났어. 그날, 그 총성… 나는 아직도 그 소리를 들어.” 그의 말은 흐릿했고, 감정은 날것이었다. 심수봉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고, 대신 김재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질문이었다. “이 사람은 왜 이토록 무너지고 있는가?” 김재규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단지 그 무너짐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재규의 내면

김재규는 그날 밤, 심수봉과 단둘이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말했다. “그분, 많이 외로워 보이세요.” 김재규는 대답했다. “외로움이 아니라, 무너짐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김재규는 결심했다. 이 무너짐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그는 박정희의 권력이 더 이상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것은 사적 욕망의 도구였고, 육영수의 죽음 이후 그 욕망은 통제되지 않았다. 차지철은 그 욕망을 부추겼고, 김재규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충성인가, 결단인가.

총성의 밤

그날 밤, 술은 계속 흘렀고, 박정희는 점점 더 깊은 과거로 빠져들었다. 그는 육영수의 이야기를 반복했고, 심수봉에게 노래를 다시 요청했다. 김재규는 조용히 자리를 떴고, 권총을 챙겼다. 그는 돌아와 자리에 앉았고, 박정희를 바라보았다. “대통령 각하, 이제 그만하셔야 합니다.” 박정희는 웃었다. “재규야, 너도 나를 떠나는 거냐?” 김재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권총을 꺼냈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렸고, 박정희는 쓰러졌다. 차지철도 뒤따라 쓰러졌다. 심수봉은 비명을 질렀고, 김재규는 조용히 말했다. “심양, 무서워하지 마세요. 이건… 끝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후의 시간

김재규는 체포되었고, 군사재판을 받았다. 그는 내란목적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1980년 5월 24일, 형이 집행되었다. 심수봉은 그날 이후 침묵했다. 그녀는 그 밤의 증인이었고, 그 침묵은 시대의 증언이 되었다. 박정희는 육영수를 잃은 이후 무너졌고, 그 무너짐은 국가를 흔들었다. 김재규는 그 무너짐을 막으려 했고, 그 방법은 총성이었다. 그 총성은 한 시대를 끝냈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심수봉의 기억

수십 년이 흐른 뒤, 심수봉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날 밤, 저는 노래를 불렀고, 그분은 울었습니다. 김재규 부장은 조용히 앉아 있었고, 저는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눈빛은… 결심이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밤을 꺼내지 않았고, 그 기억은 조용히 남았다. 그러나 그 기억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오늘도 누군가의 사유 속에서 되새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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