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재규』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저는 한 인물의 삶을 따라 걸었던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이 글은 그 여정의 끝에서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인사이자, 작가로서의 고백입니다. 김재규라는 인물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고, 가장 충격적인 선택을 한 인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늘 단편적이고, 때로는 왜곡되며, 정치적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틀을 벗어나, 한 인간의 내면을 문학의 언어로 탐색하고 싶었습니다.
김재규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그는 왜 그날, 그 총을 들었는가. 단순한 정치적 암살로 치부되기엔 너무 많은 복잡성이 얽혀 있고, 단순한 정의의 실현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모순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신념을 품었으며, 어떤 갈등 속에서 무너졌는지를 되짚는 작업은 곧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진실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김재규의 유년기부터 시작합니다. 경상도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소년은 군인의 길을 선택하고, 이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권력의 핵심으로 올라섭니다. 저는 그의 삶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나열하기보다, 내면의 균열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는 늘 충성심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했고, 그 갈등은 점점 깊어져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유신체제의 내부에서 그가 느낀 위기감과 도덕적 고뇌는 이 소설의 핵심 축입니다. 그는 체제의 수호자였지만, 동시에 그 체제가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인식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저는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김재규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 있었습니다. 그의 진술은 왜곡되었고, 그의 동기는 폄훼되었으며, 그의 인간성은 지워졌습니다. 저는 문학이 그 침묵을 깨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문학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속에 숨겨진 감정과 갈등,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김재규』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복원 작업이자, 재해석의 시도입니다. 물론 이 소설이 모든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그를 입체적으로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소설을 통해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업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재 기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김재규를 이해하려는 시도에 공감했고, 어떤 분은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모든 반응은 이 소설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저는 독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더 깊이 고민했고, 때로는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문학은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특히 젊은 독자들이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그 시대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소설이 단지 과거를 복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소설 『김재규』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권력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고, 정의와 충성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이 소설이 그런 고민의 출발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성찰과 감정, 비판과 응원이 이 소설을 완성시켰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도 함께 질문하고 사유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 작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