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봄의 문을 열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피어나는 첫 이야기

by 빛나다온

돌봄교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하되,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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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햇살에 봄 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새 가방을 메고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봄을 가장 먼저 데려왔다. 나의 돌봄 교실에도 봄 이야기의 꽃이 피어나려 한다.


햇살이 창문을 타고 교실 바닥에 스며드는 시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돌봄 교실로 하나둘 들어선다. 책가방보다 무거워 보이는 표정들 속에서 웃으며 들어오는 친구들, 오자마자 손가락이 아프다며 칭얼대는 친구, 급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자랑하는 친구, 각기 다른 표정으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지만 이내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이들의 웃음은 이 교실을 가장 따뜻하게 데우는 햇살 같다.


"선생님, 오늘 간식은 뭐예요?"

질문이라기보다 인사처럼 건네는 말. 간식에 더 관심을 갖는 순수한 호기심이지만 그 대답은 나만 해줄 수 있는 거라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이들의 오후 속에 내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단체활동 프로그램, 간식시간, 책 읽기, 만들기 활동. 자유놀이시간, 짧지만 다양하고 소박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내 마음을 두드린다. 울다가 웃고, 삐치다가도 손을 꼭 잡아주는 아이들. 그 감정의 파도는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하루를 채운다.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던 지민(가명) 이가 조심스럽게 내 손에 쪽지를 쥐어주었다. "선생님, 사랑해요!" 단 한 줄의 글.

그 짧은 문장이 나의 피로를 스르르 녹인다. 돌봄이라는 이름의 하루. 때로는 고되지만 보람된다. 아이들의 오후가 되어주는 이 일. 그 오후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나도 조금씩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쪽지 한 장의 감동

하루의 끝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교실엔 조용한 온기만 남아 있다. 책상을 닦으며 발견한 접힌 종이 한 조각, 쓰레기였을까? 버리기 전에 그 조각을 펼쳐보니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 저를 잘 돌 주셔서 감사해요.'


그날따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는데 지민이의 쪽지에 이어 그 한 줄에 모든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오타는 있었지만 사랑스러운 그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이 시간을 이 감동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돌봄 교실은 학부모님에겐 방과 후에 아이가 머무는 장소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매일 마음이 꽃피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울며 들어오고 누군가는 까르르 웃으며 문을 연다. 간식을 기다리는 눈빛, 친구를 향한 시샘, 사소한 다툼, 조용한 화해.


나도 어릴 적 저랬겠지? 그 속에서 아이들의 하루를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다. 한 아이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언제부터 계셨어요?"

"왜 이 일을 하세요?"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답했다.

"너희들이 있어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 솔직한 답이었다.

너희들이 있어서 내가 직업을 갖게 되었고 나의 하루는 덜 외롭고 더 따뜻해지고 때론 눈물겹게 벅차다.

그 벅참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하루에 조금은 따뜻한 마음이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제, 아이들의 오후를 따라 나의 이야기도 천천히 걸어 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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