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가 만들어준 봄날

교실에 핀 나눔의 꽃

by 빛나다온

2년 전, 당근마켓을 처음 시작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며 나름 재미를 붙이던 날, 눈길을 사로잡는 무료 나눔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화사한 색감의 예쁜 조화와 바구니 사진. 비닐에 싸여 있었지만 꽃 종류도 다양해 보였고 색감도 너무 예뻐서 단숨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원하는 대로 꽂기만 하면 되니 더 욕심이 났다.

'이건 꼭 갖고 싶다!' 하지만 이미 채팅 수는 10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늦게 봤으니 가능성은 낮겠지만, 진심을 담아 사연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학교 돌봄 교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꽃바구니가 교실 한편에 놓이면 아이들이 매일 환한 을 보며 기분 좋은 오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화라서 시들지 않으니 더 좋을 것 같아, 나눔 신청해 봅니다."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후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요."라는 답장이 도착했다.

순간 심장이 '톡' 하고 튀었다.
"웬일이야, 웬일~" 내가 당첨된 거였다!

퇴근길,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젊은 남성분이 종이가방을 들고 서 있었는데, 저분이구나~ 당근거래를 해본 경험상 느낌이 왔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그분도 나를 알아보셨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헤어진 후

집에 와서 가방을 열어보니, 꽃에 은은한 향기까지 났다. 바구니도 튼튼해 보이고 예상보다 꽃은 더 풍성하고 예뻤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꽃의 반이상은 비누꽃이었다! 그래서 향기가 났구나~
나눔 글에는 '비누꽃'이라는 말이 없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무료로 받기엔 과분하게 느껴져 나눔 해주신 분께 쪽지를 보냈다. "얼마라도 값을 지불하겠다"라고.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아이들이 그 꽃을 보며 웃는 하루하루면 충분해요."

그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고, 괜스레 마음에 걸리던 빚진 마음도 편안해졌다.


다음날, 출근해서 아이들이 오기 전 꽃을 꽂으며 바구니를 꾸몄다. "아니 너무 예쁘잖아?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감탄하며 바구니 앞뒤 사진을 찍어두었다.

색이 선명했던 2023년도 꽃바구니

어디에 둘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물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교실에 있는 정수기 위에 두기로 했다. 난 평소에 재활용으로 만들기 하는 것도, 식물 키우는 것도 좋아한다. 시들어 버려지는 생화나 묵은 장식용 조화가 보이면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그 덕분에 꽃바구니는 나날이 풍성해졌다.

2025년 최근의 꽃바구니(색이 많이 바랬다.)


식물을 좋아하는 나는 집에서 키우던 작은 식물을 가져와서 잎꽂이로 번식시키다 보니 어느새 교실 창가도 초록빛 미니 정원으로 꾸며졌다. 그래서 교실 한쪽엔 계절과 상관없이 늘 '봄'이 피어 있다.


매일 꽃바구니를 보며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이 꽃 진짜 예뻐요!"
"진짜 꽃이에요?" 향기가 너무 좋아요.

그 꽃을 관리하기 위에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고 조화엔 몰래 향수도 뿌려준다. 다른 선생님들이 정수기 물을 가지러 올 때면, "꽃 향기도 좋고 바구니도 정말 예쁘다"라고 감탄하면 뿌듯해진다.


2년이 흐른 지금, 비누꽃들이 색이 바래긴 했어도 여전히 우리 교실 정수기 위에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작은 나눔 하나가 이렇게 따뜻한 일상으로 이어질 줄이야... 그날의 꽃바구니는,
우리 교실에 매일 '봄'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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