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시작
어릴 적의 나는 글쓰기와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엔 교실 환경 꾸미기를 도맡았고,
꿈은 화가였다. 육아수기 공모에 재미 삼아 글을 써본 적도 있었다. 놀랍게도 대상에 당선됐다.
그 후, 사람들은 나를 농담처럼 'ㅇㅇ작가님'~이라 불러주기도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마음속에서 글을 향한 갈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건.
그리고 지금,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이 그 갈망을 진짜 이야기로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여기 계신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지식도 깊고, 단어 하나하나가 품격 있어 보여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아이들을 주제로 글을 써도 괜찮을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그럼에도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하고,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용기를 낸다
작년(2024년) 스승의 날이다. 출근을 하니 내 책상 위에 무언가 놓여 있었다. 한 통의 편지였다.
23년도에 돌봄 교실을 다녔던 3학년(현재 4학년) 남학생이 내게 쓴 손편지였다.
그 아이는 이제 돌봄 교실을 떠났지만, 스승의 날이라고 나를 떠올리고, 편지를 두고 간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는데 어느새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선생님 오랫동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이 학생은 돌봄 교실에 다닐 때 가끔 내 말을 잘 듣지 않고 속상하게 했던 아이였다. 그렇지만 어른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듯 나는 이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작은 변화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그래서 내 마음이 이 아이에게 닿았던 걸까. 올해 2025년 스승의 날에도 이 학생의 편지가 책상에 있었으니까...
거슬러 올라가 2023년 스승의 날엔 한 남학생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네게 손을 내밀었다.
"학교 화단에 장미 꽃잎이 떨어져 있었는데 하트 모양이 이뻐서요... 선생님 드리고 싶었어요." 오늘 스승의 날이잖아요.
정말 하트였다. 그저 꽃잎 한 장이었지만, 그 조그만 꽃잎이 내 마음을 조용히 물들였다.
그 학생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저 웃어주는 것만으론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 고운 마음을, 오래 남겨주고 싶다.
꽃잎을 조심스럽게 드라이기로 말리고 투명 코팅지를 꺼내 코팅을 한 후 책갈피로 만들었다.
하트 모양의 꽃잎은 그날의 감동을 선물처럼 오래 간직하게 했다.
꽃잎을 준 학생에게 책갈피를 보여주었다. 의외로 아이가 더 좋아하며 환히 웃었다. 그 모습이 또 한 번 내 마음을 울렸다.
나는 책갈피 사진을 찍어 꽃잎을 준 학생의 어머님께 문자를 보내 자랑을 하였다. 그랬더니 곧 답장이 왔다.
꽃잎도, 우리 아이의 마음도, 그걸 간직해 주신 선생님의 마음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처럼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릴지도 모를 소중한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지금은 내 폰 사진첩 속, 작은 메모장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난 사소한 것들도 의미를 담고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기지개를 켤 때 내는 귀여운 탄성 소리, 개인 사물함에 몰래 넣어둔 친구를 위한 쪽지, 색칠을 하다 크림파스가 묻었다며 자랑하듯 내미는 손끝, 책을 읽다 손가락을 베었다며 훌쩍이는 여린 마음까지.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틈틈이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 기억들은 언젠가 더 깊은 이야기로 내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늘 웃는 날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지치고, 속상하고, 버겁다. 그럼에도 불쑥 다가오는
아이들의 순수한 말 한마디, 뜻밖의 따뜻한 순간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내 하루는 조금 더 빛난다 그 빛을 잊지 않기 위해, 나만의 색깔을 담은 글을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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